안중근 의사 작사·작곡한 옥중가 … 노동은 교수, 국내서 악보 첫 공개

중앙일보

입력 2015.08.14 00:10

수정 2015.08.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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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땅 시베리아 넓은 들판에/동에 갔다 서에 번쩍 이내 신세야/교대 잠이 편안하여 누가 자며/콩둔 밥이 맛이 있어 누가 먹겠나/때려라 부셔라 왜놈들 죽여라.”(옥중가 3절 가사)

 1909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살해한 뒤 뤼순 감옥에 갇혔다가 이듬해 사형당한 안중근 의사가 직접 작사·작곡한 ‘옥중가(오른쪽 악보)’의 일부다.

4년간 중국·일본 오가며 자료 모아
연내 『항일음악 350곡』 펴내기로

 노동은(69·사진) 중앙대 명예교수가 13일 옥중가의 악보를 구해 역사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와 공동으로 공개했다. 노 교수는 “옥중가는 안 의사의 사촌 여동생인 안익근이 6촌 동생 곽희종에게 가르친 것으로, 중국에서는 이미 채보가 돼 있었다”며 “옥중가 악보 공개는 국내에선 처음”이라고 말했다. 옥중가 외에 민족시인 김여제가 지은 ‘흥사단 단가’, 상하이 임시정부가 발간한 독립신문에 발표된 ‘독립군가’의 가사와 악보 등도 공개됐다.

 노 교수는 “지난 4년간 중국과 일본 등을 오가며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독립운동가, 혁명가들이 일본의 조선침략에 항거한 내용을 담은 ‘항일노래’ 100여곡을 새로 수집했다”고 말했다.

이중엔 불교계 학교에서 독립 의지를 다지고자 부른 학도가 중 가장 처음 나온 ‘학도권면가’를 비롯해 부자(父子) 작곡가 이두산·정호가 만든 노래도 들어 있다고 한다. 노 교수는 기존에 발표된 250곡에다 새로 찾은 100여곡을 보태 연말에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항일음악 350곡』이란 항일 노래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동학혁명 시기부터 1945년 해방을 맞을 때까지 항일 노래를 연대별로 정리한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우리의 항일 노래들은 1910년 이전에는 미국 찬송가, 1910년대에는 일본 창가와 군가의 영향을 받았고 1920년대부터 독창적인 곡들이 창작됐다”며 “항일노래는 근대 음악사의 중심 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까지는 이념적인 이유 등으로 신흥무관학교 군가 같은 독립군의 활동을 중심으로 한 ‘독립가요’가 주로 소개됐다”며 “이제부터라도 정파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민족 전체의 관점에서 항일 음악을 계승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총독부가 금지가요로 지정하면서 잊혀지거나 사장된 작품들에 대한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 교수는 친일파들이 만든 노래와 일본 군가 등을 엮은 친일가요집 발간도 계획중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음악학학회장·중앙대 국악대학장을 지낸 그는 ‘음악기학’ 등 400여 편의 국악 관련 논문과 ‘한국근대음악사’ 등 30권의 저서를 발표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