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기도 용인의 야외세트장. 조선시대 숙정문을 재현한 세트 앞에서 MBC 50부작 드라마 ‘화정’(월·화 오후 10시)의 촬영이 한창이다. 이날 촬영은 방송 20회를 넘기며 새로 등장한 능양군, 즉 훗날의 인조가 숙부이자 머잖아 폐위될 현재의 임금 광해와 대면하는 순간이다. 광해의 배다른 여동생이자 숙종 때까지 천수를 누린 정명공주(이연희)가 이들을 지켜보면서 ‘화정’의 세 중심인물이 한자리에 모였다.
MBC 월화드라마 ‘화정’촬영 현장
앞서 ‘삼시세끼-어촌편’(tvN)에서 빼어난 음식솜씨로 ‘차줌마’(차승원+아줌마)란 별명과 함께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던 그는 ‘화정’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180도 다른 비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이런 변신에 대해 “흔히 배우를 두고 니(2)마이, 싼(3)마이 하는데 내가 지향하는 건 딱 2.5 배우”라 말했다. 일본어에서 유래한 니마이와 싼마이는 드라마 등에서는 흔히 각각 2류와 3류, 또는 극의 흐름에서 말수가 적거나 좀 묵직한 역할과 반대로 쾌활하고 가벼운 역할을 뜻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차승원은 “니마이가 됐다, 싼마이가 되는 줄타기를 할 수 있는 배우, 우스갯소리로 광고모델로 치면 농약에서 자동차까지 다 할 수 있는 배우이고 싶다”고 말했다.
광해는 드라마의 무게중심에선 사라지지만 역사 속에선 폐위 뒤에도 18년을 더 살았다. 차승원은 “폐위되는 와중에 아들과 며느리가, 그리고 아내도 먼저 죽었는데 광해는 66세까지 살았다”며 “그 사이 또 다른 난들이 벌어지는데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인조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은 청나라가 그랬듯 광해도 다시 왕이 되고 싶어했는지 궁금했다”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이내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제작진이) 제 유배지를 이미 섭외를 해놓았다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고 농을 쳤다.
‘화정’은 초반부터 줄곧 시청률 10~11%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상파 월·화드라마 중 1위이긴 해도 MBC가 ‘창사특집’으로 만든 사극으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MBC 창사특집 사극은 앞서 ‘대장금’ ‘동이’ ‘이산’ ‘선덕여왕’ 등 굵직한 히트작이 여럿 나왔다. 광해와 함께 그동안 드라마의 중심을 이뤄온 정명공주, 드라마에 이제 막 가세한 능양군이자 인조의 새로운 갈등과 활약이 어떤 반응을 얻을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