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태어났다. 출산 예정일을 2주 앞둔 상태였다. 아이는 탄생 직후 진행된 메르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A씨의 분만과 치료를 담당한 삼성서울병원은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한 상태”라고 밝혔다.
[메르스를 이기자] 생명의 힘
A씨 아이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장윤실 삼성서울병원(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메르스에 감염된 산모가 완치된 뒤 건강한 신생아를 출산한 것은 국제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다. 무사히 출산을 마친 산모와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가족과 떨어진 채 외로이 아이를 낳았다. 남편과 친정 부모 모두 메르스에 감염돼 격리 치료 중이다. 그는 지난달 조기 진통을 느껴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병동에 입원했다. 그러다 지난달 27일 어머니(65·73번 환자)가 급체 증세로 응급실로 오자 그곳으로 갔다. A씨의 딸(6)과 남편(46·114번 환자), 아버지(71·74번 환자)도 응급실에 있었다. A씨와 가족들은 이때 14번 환자(35·22일 완치)에게서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즉각대응팀 이재갑 교수(강남성심병원 교수)는 “A씨가 완치해 출산하기까지의 과정은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A씨의 감염 사실이 확인됐을 때 방역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치료와 분만 계획을 세우는 전문가 회의가 열렸다. 당시 A씨의 메르스 증세는 경미했지만 임신부에게 쓸 수 있는 약품이 제한된 상황에서 언제 악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컸다. 임신부가 고열에 시달릴 경우 배 속 태아 신경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호흡기 증세가 악화될 경우에는 모자가 저산소증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임신 35주 차여서 아이가 태어난다면 미숙아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A씨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 다행히 A씨에게는 고열과 기침 등의 일반적인 메르스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소의 근육통만 나타났다. 그 덕분에 항바이러스제는 물론이고 해열제 같은 약물을 쓰지 않아도 됐다. A씨는 확진 11일 만에 완치됐다. 병원 관계자는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에 이상이 없는 만큼 조만간 퇴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