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전시된 김일성 승용차는 대구의 한 학도병이 6·25 당시 노획한 것이다. 무공을 인정받아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임일재(80·대구시 남구·사진)씨가 주인공이다. 최근 그는『김일성 승용차 이렇게 노획했다』라는 책을 냈다. 2012년에는 경북도에서 발간한 『나라를 구한 영웅 학도병』에 김일성 승용차 노획 이야기를 싣기도 했다. 2000년 임씨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화해와 평화의 상징으로 김일성 승용차를 북측에 돌려 주자”고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노획 증언록 발간 임일재씨
임씨는 동료 10명과 영변군 강가를 수색하던 중 승용차를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승용차를 되찾으려는 북한군과 두 차례 교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수색에 참여한 동료 중 생존자는 현재 나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일성 승용차는 노획 후 몇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51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주한 미8군 초대 사령관인 워커 장군 부인에게 선물했고 이후 미국 자동차 수집상에게 넘어갔다. 그러다 지갑종 유엔한국참전국협회장이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에게 7만5000달러를 지원받아 구입해 31년 만인 82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전쟁기념관에 오기 전까지 승용차는 경남 사천 항공우주박물관 등에서 다시 도색하는 복원작업을 거쳤다.
대구지방보훈청에 따르면 임씨와 같은 6·25 참전용사가 대구·경북 지역에 1만9521명이 생존해 있다. 이들은 월 18만~451만원의 보상금을 받고 있다. 최근엔 80세가 넘는 참전용사가 늘면서 보훈청이 ‘보훈 섬김이’ 제도를 만들어 직접 집을 찾아가 가사나 간병을 돕기도 한다. 매년 6월 25일 오전 10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던 6·25 행사는 올해 메르스 여파로 열리지 않는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