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확신이 처음부터 생긴 건 아니었다. 남들처럼 추리소설 사은품으로 헤어스프레이를 줬다가 비웃음을 샀던 ‘흑역사’를 거친 뒤였다. 이후 출판 마케팅이라면 자고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책과 연관된 무언가를 만들자는 다짐이 생겼단다.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저자: 김홍민
출판사: 어크로스
가격: 1만4000원
재미에 홀린 독자들의 충성도 역시 거의 팬클럽 수준이다. 혹자는 블로그에 글이 안 올라오면 라면 박스를 보내 주고, 회사 기념일에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 언젠가 독자 이벤트로 3년 동안 발간된 북스피어 책의 띠지를 모아 오면 100만 원을 주겠다고 했더니 줄이 이어졌다. 신간의 교정과 포장을 해보겠다는 이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마케팅비 독자 펀딩에 5000만 원이 모이는 이변도 나타난다. 이처럼 사방팔방 일을 벌이는 그가 내세우는 건 단 하나. 그냥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거다.
하지만 그의 속내는 재미 그 자체에만 머무는 것 같진 않다. 책 말미로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국내 출판계의 문제와 해법이 비중있게 자리한다. 다른 점이라면 역시나 그답게, 우아 떨지 않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는 거다. 가령 추리소설 같은 장르 문학이 왜 성장하지 못하느냐는 문제에 대해 그는 국내 작가들을 키우지 못한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론에 맞서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현실도 알린다. 그러면서 결론은 이렇다.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질문을 바꾸는 편이 낫다. 왜 한국의 추리소설이 발전해야 하는가. 왜 한국의 히가시노 게이고가 필요한가.” 차라리 지금도 열심히 육성하는 순문학을 내수와 수출 차원에서 더 밀어주는 게 전략적이라는 주장이다.
늘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문제, 베스트셀러가 지배하는 서점가에 대해서도 비슷하다. 남의 취향을 따라 선택하는 것도 또 하나의 취향임을 인정하자는 주의다. 사재기 현상도 가성비를 고려하면 결코 사라지지 않을 마케팅 전략이라 이야기한다. 단, 그의 해법은 독자다. 몰랐으면 모르되 알았다면 분개해줬으면 좋겠단다. 스포츠로 치면 승부조작이나 다름없는 사태니까.
책장을 덮고 나면 제목에 슬쩍 딴지를 걸게 된다.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라지만, 때로 세상엔 재미가 있다면 의미도 있는 일들도 많기 때문이다. 일단 지르고 보는 그의 무한도전처럼 말이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