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대 오명돈 감염내과 교수는 “혈장주입 치료법은 감염병 외 다른 질병 치료에도 흔히 활용하는 기법이며 2009년 신종플루 환자에게도 시도했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 환자에게 활용한 적이 있다”며 “미국의 에볼라 첫 환자가 자신의 혈액을 치료에 활용하도록 자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메르스 환자가 폐렴이 악화되고 인공호흡기 치료를 하다 안 되면 체외순환기(ECMO·에크모·혈액을 몸 밖으로 뽑아서 산소를 공급해 몸 안으로 공급하는 치료기)를 사용하는데 이 방법으로도 차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최후의 방법으로 혈장주입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뺀 혈장
혈액형 다른 환자에게도 투입 가능
35세 경찰 환자, 병세 불안정
원사 “퇴치 기여하고 싶어” 자원
메르스는 발생한 지 3년이 채 안 돼 치료약과 예방약이 없다. 열이 나면 열을 내리고, 호흡이 곤란하면 호흡을 돕는 대증 치료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혈장주입법을 활용하게 된 것이다.
이번 치료는 김 원사가 제안했다. 그는 11일 퇴원하면서 이명철 국군수도병원장에게 “내가 메르스 퇴치에 기여할 게 없느냐”고 말했고, 이 원장이 이 사실을 감염내과 전문의들에게 공개했다. 마침 단국대 천안병원이 119번 환자 치료를 위해 손을 들고 나섰다. 단국대병원은 보건 당국에 보고해 허가를 받았다. 김 원사는 지난달 아킬레스건을 다쳐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최초 환자(68)에게 감염돼 2일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11일 퇴원한 바 있다.
119번 환자는 지난달 31일 평택박애병원 응급실에서 52번 환자(54·여)에게서 감염됐다는 게 보건 당국의 설명이다. 현재 병세가 위중하다고 한다. 12일 오전 폐 기능이 원활하지 못해 인공호흡기를 단 채 에크모 치료를 받고 있다. 혈장주입법이 효과를 보면 에크모 치료를 받고 있는 다른 환자에게도 활용될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 의사(38·35번 환자)도 에크모 치료를 받는 환자 중 한 명이다. 보건 당국은 메르스 면역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김 원사를 비롯한 완치자의 혈장을 활용할 방침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용수 기자 ssshin@joongang.co.kr
◆혈장주입 치료법= 완치자의 혈액 가운데 항체 성분이 포함된 혈장(혈액에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의 성분을 제외한 액체 성분)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법. 영화 ‘감기’ ‘나는 전설이다’ 등에 등장한다. 지난해 8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환자 2명이 에볼라를 이겨낸 14세 소년의 혈장을 주입받은 뒤 회복했다. 메르스 증세가 심한 상태에서 완치된 사람의 혈장이 치료 효과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