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형은 중국 여자 탁구의 간판 스타였던 자오즈민에게도 사랑의 스매싱을 날렸다. 두 사람이 이념의 장벽을 넘어 사귄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둘은 열애설을 강력 부인했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 폐회식날 밤 선수촌에서 데이트 장면이 목격된 후 결혼을 기정사실화 했다.
‘BMW 챔피언십’ 아시아인 첫 우승
탁구 선수 안재형·자오즈민 아들
매킬로이 등 세계 최강자들 압도
그 올림픽 키드 안병훈(24)이 2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인근 웬트워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유러피언투어 BMW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4대 메이저 대회를 제외하고 유러피언 투어의 가장 큰 대회다.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 등 유럽 정상급 선수들 대부분이 참가한다. 우승 상금은 10억원이 약간 넘는다.
2009년 안병훈은 만 17세로 최연소 US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아버지 안재형(50·남자 탁구대표팀 코치)씨는 “너무 이른 성공이 독이 됐다. 일찍 프로로 전향하면서 오히려 고생했다”고 했다. 그러나 성공의 달콤함을 잊고 2부 투어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기어 올라왔다. 지난해 2부 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이 1부 투어 첫 우승이다.
안병훈이 왜 탁구가 아닌 골프를 택했을까. 그는 “너무 크고 느린 편이어서 탁구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빨리 뛸 필요가 없는 골프에서는 장점이 많았다. 안 코치는 “부모를 닮아 손 감각은 타고났고 유연성도 좋다. 승부욕도 최고”라고 말했다.
안 코치는 “병훈이가 엄마를 닮아 다혈질이라 감정 컨트롤이 안되기도 했는데 이번엔 놀랄만큼 침착했다”고 만족해했다. 안병훈의 세계랭킹은 지난주 132위에서 54위로 수직 상승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과 US오픈 출전권도 확보했다. 올림픽 골프 출전 선수는 세계랭킹으로 뽑는다. 한국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은 안병훈은 내년 리우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크다. 안 코치는 탁구 대표팀을 이끌고 올림픽에 간다. 아들과 리우에서 만날 수 있다. 안재형-자오즈민 부부는 올림픽에서 결혼을 발표했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없다. 안재형은 서울 올림픽에서 남자 복식 동메달, 자오즈민은 단식 동, 복식 은메달을 땄다.
안병훈은 아직 나이도 어리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쇼트게임과 롱게임이 모두 좋다. 그가 리우에서 우승한다면 대한민국 최초 골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