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이 펴낸 ‘2000년대 북한 기업 현황’에 따르면 북한의 기업 수는 2891개다. 제조업이 2258개로 가장 많고 ▶발전소 및 에너지 기업 261개 ▶광산 360개 등이다. 북한 내 산업 동향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만성적인 경제난에서 벗어나려면 주력인 제조업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1970년대 이후 가난에서 탈피해 산업화에 성공해 고도성장의 길을 걸어온 한국 경제의 노하우를 북한 경제에 접목시킨다면 ‘인공호흡기’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북 기업 2891개 중 제조업 2258개
한국 노하우로 경제난 극복 가능
5·24 제재 당장 걷어내기 힘들면 해외 기업과의 합작 모색 등 필요
구체적 방안으로 우선 한국의 부품소재 산업과 북한의 완제품 산업을 연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예를 들면 우리 기업이 영상·음향 부품 등을 북한의 가전 생산라인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우리 업체는 판로를 확보하게 되고, 북한은 안정적인 부품 조달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북한이 풀지 못하고 있는 공정상의 난제를 우리가 해결해줄 수도 있다.
최대 걸림돌은 5·24 대북 제재 조치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 등 도발에 대해 먼저 사과하고, 우리 정부가 전향적 대북 접근을 결정하는 통 큰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에 이어 최근에는 일본 기업들도 대북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어 자칫 남북 경협을 통한 공진(共進)이란 화두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간판급 산업시설 상당수가 일제시대에 지어진 만큼 일본 기업들이 속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남북관계가 개선된 다음 한국 기업들이 진출한다면 이미 때가 늦을 수 있다”며 “중국·일본·러시아 등의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김준술·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ko.soos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