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이 막후에서 조종하는 것으로 통하는 미국. 이들이 재계는 물론 학계·언론계, 심지어 영화산업까지 장악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터라 그런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신(新) 반유대주의 운동’이 빠르게 번져나가 미국 사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 중 대표적인 게 BDS 운동이다. BDS 운동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을 간접적으로라도 돕는 기업에 대해 상품 불매 운동과 투자 철회, 그리고 각종 제재를 가하도록 하는 캠페인이다. 미 대학의 경우 거의 모든 재단이 기업 투자에 나서 여기에서 나온 수익금을 학교 운영 및 장학금 등에 사용한다. 투자 규모도 상당해 하버드·예일·컬럼비아 등 명문대 재단들은 금융가의 큰 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 학교들이 투자 회수에 나서면 그 파장이 적지 않다.
팔레스타인 1000여 명 희생 뒤 대학가 반이스라엘 기류 번져
‘불매·투자철회·제재’ BDS 투표 … 학교 재단 측에 투자 철회 압박
유대계 학생들까지 일부 가담
학생회에서 투표가 이뤄질 때면 예외 없이 친이스라엘계와 아랍계 학생들 간에 격렬한 토론이 벌어진다. 유대계 학생들이라고 무조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이스라엘의 강경정책에 반대하는 유대계 학생들 역시 BDS 운동에 가담하고 있다.
어쨌든 갈수록 이기기 위한 BDS 지지파들의 노력이 치열해져 로욜라대의 경우 두 번의 무산 끝에 지난 3월 말 16대 15로 투자철회 요청안이 통과됐다. 막판까지 찬반 동수였으나 의장이 찬성해 한 표 차로 신승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학생회가 재단 측에 투자 철회를 요청 중인 대학 중에는 스탠퍼드·미시건·UC버클리·노스웨스턴 등 명문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학생회에서 요구한다고 투자 철회가 이뤄지는 건 아니다. 재단에서 학생회의 주문을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한 대학은 단 한 학교도 없다.
정치권의 견제도 간단치 않다. 지난달 테네시주를 시작으로 인디애나주 의회에서는 BDS 운동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그럼에도 미국 내 반이스라엘 정서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에 유대인 사회는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이스트캐롤라이나대에서는 유대인 학생 방문에 나치를 상징하는 하켄크로이츠가 칠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지난해 10월 UC산타바바라대 캠퍼스에서는 “9·11 테러는 이스라엘의 음모”라는 내용의 유인물이 뿌려지기도 했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