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해외연수는 주로 어학 점수, 학점 좋은 학생에게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러니 학비 마련하느라 공부할 시간마저 부족한 학생은 신청조차 꺼려요. 개천에서 용 나오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려운 학생부터 먼저 배려하자는 겁니다.”
김동연 아주대 총장
‘애프터 유’ 연수, 여름방학 첫 도입
80명 중 50명 교육비 등 전액 지원
고졸 신화 만든 김총장 스스로 제안
‘100만원의 기적’ 모금해 충당키로
선발 방식도 독특하다. 학생의 어학 실력, 학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김 총장은 “형편이 힘든 학생들은 아르바이트에 매달려야 해 학점이 안 좋을 수 있다. 그래서 성적은 빼고 서류와 면접으로 파악한 경제 형편, 본인의 의지와 꿈을 통해 대상자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뿐 아니라 선·후배, 교직원이 추천할 수도 있다. 김 총장은 “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받길 꺼리는 이들도 있을 것 같아 추천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협력 차원에서 경기도 내 다른 대학 학생(10명)도 선발한다.
김 총장은 ‘고졸 성공 신화’로 잘 알려져 있다. 11세 때 부친을 잃고 한때 서울 청계천의 판잣집에 살았던 그는 덕수상고 재학 중 은행에 취업해 생계를 유지했던 ‘소년 가장’이다. 은행 근무 중 야간대에 다니다 고시에 합격했다. 지난해 7월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서 물러난 김 총장은 기재부 예산실장 재직 당시 형편이 어려운 고교생을 유학 보내는 ‘드림장학금’을 만들기도 했다.
김 총장은 “대학과 사회가 ‘사회적 이동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부턴가 교육은 계층이동을 어렵게 하고 신분과 부를 대물림하는 수단에 그친다고 비판받고 있습니다. 건강한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대학부터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만들 필요가 있죠.”
연수 비용은 모금으로 충당한다. 김 총장은 각계 인사에 ‘100만원의 기적’이라는 안내장을 보내려 한다. 그는 “나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성공한 분이 많이 있고, 사회에 공헌할 기회를 찾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