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허태열·김기춘 전 실장이 돈을 받았다는 보도에 대해 “아는 바 없다”(민경욱 대변인)며 공식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들어 성 전 회장 시신에서 발견된 메모지에 이병기 실장의 이름까지 적힌 것으로 나오자 민 대변인이 긴급 브리핑을 열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한 것에 대해 인간적으로 섭섭했던 것 같다”며 적극 반박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등 국정 차질 우려
“정윤회 문건 파문 때처럼
실체 상관없이 의혹 커질까 걱정”
청와대는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정윤회 문건 파문’처럼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4·29 재·보선을 앞두고 야당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경우 2007년 대선후보 경선 전후 자금전달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해 말 불거진 정윤회 문건 파문의 여파에서 벗어나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시장 개혁 등의 과제에 매진하고 있는 시점에 악재가 불거져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도 크다고 한다.
한 참모는 “성 전 회장이 이미 고인이 된 데다 검찰이 수사를 해 사실을 밝힐 수 있을지 불확실해 실체를 밝힐 방법조차 묘연한 상황이 걱정”이라며 “정윤회 문건 파문 때와 마찬가지로 실체와 상관없이 의혹이 재생산돼 민심이 싸늘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구명 운동은 이 정부에 맞지도 않고 그런 분이 돌아가시며 주장한 사실을 규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기 위한 근거 없는 의혹 확산은 더 이상 안 된다”고 말했다.
여권의 핵심 인사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성 전 회장이 억울하다는 하소연을 하면서 ‘돈 얘기가 검찰에 흘러갈 수도 있다’는 식으로 은근히 협박한 일이 있다”며 “여권 실세들이 자신의 구명 요청을 거절하자 혼자 당할 수 없다는 심정에서 한 근거 없는 주장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