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교육부는 왜 존재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딸 아이가 10년 이상 교육부를 출입한 기자이자 현재 교육부문 담당 부장인 내게 되묻듯이 말이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에서 일하는 장학사·장학관 같은 전문직 관료들이 학교 교육 현장을 이렇게 모르나 싶었다.
이와 유사한 또다른 사례를 들려주고 싶다. 교육부는 최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요령을 확정하면서 학생부에 교내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려다 이를 다시 허용키로 했다. 교내 경시대회의 숫자는 아무래도 외고 같은 특목고나 자사고 등이 일반고보다 더 많다. 상 주기식 교내 경시대회 개최를 제한하면 학생부에서 일반고 학생들이 불이익을 덜 볼 것으로 교육부는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교내 경시대회 제한 이야기가 나오자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일반 공립고였다. 강남의 한 공립고교 교장은 “내 밑에서 보직을 맡은 교사가 ‘과학경시대회 개최하면 안 된다’며 준비하던 대회마저 아예 없애자고 하더라”고 말했다. 일부 공립 교사들은 잡무 안 해 좋으니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립고나 자사고·특목고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교육부 관리들이 공문을 보내 금지해도 이들 학교 중 일부는 어떤 식으로든 아이들의 학생부 기록에 도움이 될 꺼리를 찾아 적어주려 한다.
교육부가 학교 위에 군림하며 공문 생산을 업으로 한다면 그런 조직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시·도 교육청도 마찬가지다. 학교 교장이나 교사는 교육부 등의 공문 없이도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
강홍준 사회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