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일본의 스타 캐릭터 '후낫시'

중앙일보

입력 2015.03.28 00:04

수정 2015.03.2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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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와 사진첩 등으로 상품화된 후낫시. 일본을 대표하는 힐링 캐릭터에 등극하면서 이달 말에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방송된다.

반갑다낫시. 지금 이게 오타라고 생각한다면 내 존재를 모르는 게 분명해. 나는야 일본 제일의 스타 캐릭터, 후낫시(ふなっし)라고. 도쿄 동북부 지바(千葉)현 후나바시(船橋)의 특산품인 배를 홍보하는 게 내 임무야. 일본어로 배가 ‘나시(ナシ)’라서 말끝마다 ‘~낫시’를 붙이는 게 내 말버릇이지. 바빠서 아직 한국 진출까지는 못했는데 일본 열도에서 내 인기는 대단하지. 못 믿겠다고? 나를 테마로 한 캐릭터 용품만 판매하는 ‘후낫시 랜드’도 있고 내 주제가 CD·DVD로 발생한 수익이 2억 엔(약 18억1600만원)이라나 뭐라나. 내 트위터 팔로어는 17일 현재 124만 명이나 되지. 아사히(朝日)신문의 시사주간지 아에라(AERA)도 최근호에서 내 열풍을 다루며 부록으로 ‘후낫시 모양 종이접기’까지 첨부했던 걸.

  CNN에선 일찌감치 내 인기를 알아봤다고. 지난해 6월 나를 소개하며 “일본인의 마음과 함께 지갑을 열고 있는 후낫시, 언젠가 세계도 사로잡을 것”이라고 하더군. 다 진실이라고 할 수 있지. CNN의 간판 스타 앵커 크리스티 루 스타우트는 나를 보고 웃음보가 터져서 글쎄 5초간 말을 못했어. 방송 직후 트위터에 “12년 방송 경력에서 이런 사고는 처음. 이게 모두 후낫시 때문”이라고 적었더라고. 그러고는 바로 나를 팔로하더군.

일팔다리 짧아 웃기게 생겨 … 트위터 팔로어 124만 명, 주제가 CD 수익 18억원

  그렇다고 내가 뭐 아주 잘생긴 건 아니야. 난 몸 전체가 샛노랗고 특기는 점프하는 건데 팔다리가 너무 짧아 웃긴 모양이 되고 말아. 내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괴성을 지르는 것도 특기인데, 사람들이 왠지 열광하더라고. 헤드뱅잉도 자주 하는데. 내 취미인 헤비메탈 음악에 대한 오마주이지. 내 롤모델이자 우상은 핑크플로이드 같은 헤비메탈 그룹이라는 걸 알아주기 바라.

 굳이 예쁘지 않아도 괜찮은 게 캐릭터계의 신경향인가 봐. 나 같은 캐릭터를 칭하는 ‘유루캬라(ゆるキャラ)’라는 말까지 있어. 직역하면 ‘느슨한 캐릭터’인데, 촌스럽지만 친근하게 홍보하는 캐릭터라나 뭐라나. 어쨌든 난 유루캬라의 갑 중 갑인 셈이지.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으니 겸손은 힘들어.

  나를 세상에 나오게 해준 이는 평범한 후나바시 시민이었어. 잡화점을 운영하다 재미로 나를 대충 그렸는데, 시 정부나 기관에선 내가 못생겼다고 안 받아줬대. 그래도 꿋꿋이 캐릭터 대회에 출전했지. 나는 인정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내 라이벌이라고들 하는 그 곰 녀석 있잖아. 구마모토(熊本)현의 구마몬(くまモン). 구마몬은 지역 정부의 탄탄한 지원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난 모든 걸 내 힘으로 일군 셈이라고. 그러니 비교는 정중히 사양하겠어. 난 매니저도 없이 전국을 누비며 방송에 출연하고 이벤트에 다녀. 정신이 없긴 하지만 뭐,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된 거 아니겠어? 사람들이 날 보며 사인을 청하고(팔이 짧아서 해줄 수는 없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이 한 몸 바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 대지진에다 뭐에다 사람들이 많이 힘들었잖아. 날 보며 즐거워하면 나도 힘이 나.


  마지막으로 내 주제가 일부를 들려줄게. 율동은 유튜브에 내 이름 넣으면 수천 개 정도 영어부터 일본어까지 다 뜨더라고. 여러분도 어렵지 않게 마스터할 수 있을 거야.

  “누가 날 차더라도, 누가 날 던져도, 다시 일어나면 되는 거낫시/남들에게 미움 받으면 어때. 난 나의 길을 가는 거낫시!”  

※후낫시 관점으로 구성한 기사입니다.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