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사감위는 오는 30일 전체회의에서 전자카드제 시행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전자카드는 게임 이용자가 정해진 한도 내에서만 베팅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선불식 현금 충전 카드다. 올해 하반기 전자카드 사용 장외발매소 비중을 전체의 20%로 늘린 뒤 점차 확대해 2018년 전면 도입한다. 인증 없이 게임 티켓을 살 수 있는 지금의 현금 결제시스템이 구매 한도(1회 10만원)를 넘어선 과잉 베팅을 부추긴다는 판단에서다. 아직 도입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로또·소싸움을 뺀 5개 사행산업(경마·경륜·경정·카지노·스포츠토토)이 적용 대상이다. 해외에서는 독일·캐나다의 일부 주와 노르웨이가 슬롯머신·복권에 실명 전자카드제를 도입한 상태다.
사감위, 도박중독 막겠다는 취지
생체정보 든 카드 2018년 전면도입
대포통장처럼 거래될 우려도
논란은 카지노·스포츠토토를 제외한 경주게임 전자카드 발급 때 본인 인증 수단으로 지정맥(손가락 끝 개인의 고유 정맥 형태) 정보를 입력하도록 한 데서 비롯됐다. 지정맥은 개인마다 모양새가 다른 손가락 피부 속 혈관지도로, 지문과 달리 국가기관이나 금융회사에 등록돼 있지 않다. 카드 중복 발급을 막으면서 익명 베팅을 선호하는 사행게임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게 사감위의 설명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와 학계에선 익명의 전자카드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본인 인증 과정에서 성인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내는 데다 카드 충전 때 계좌 이체를 하기 때문에 실명이 확인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마사회 이종대 경마본부장은 “전자카드를 도입한 외국에서도 생체정보를 요구하진 않는다”며 “구매자 입장에선 익명성이 지켜지지 않은 채 지정맥 정보와 구매내역만 추가로 제공하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법이 아닌 시행안으로 수집할 수 있게 하는 데 대해서도 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전자카드의 도박 중독 예방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도박 중독자가 대포통장처럼 다른 사람 명의 전자카드를 여러 개 사용할 경우에는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을 해결하려면 결국 실명 확인이 불가피하다. 전자카드 도입 목적이 결국 개인의 구매 패턴을 분석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카지노 출입을 한 달에 15일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강원랜드가 대표적 예다. 이에 대해 사감위 서용석 전문위원은 “1회 구매 한도만 정할 뿐 하루나 한 달 단위의 한도는 없다. 구매 이력은 통계 목적으로 사용하되 개인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는 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반발에는 전자카드 도입에 따른 매출 감소 우려도 깔려 있다. 실제 2012년 말 전자카드를 시범 도입한 서울 동대문 경륜 지점의 매출은 2년 뒤 64%(3억8400만원→1억3800만원) 줄었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조성식 교수는 “일률적 규제보다 큰 틀에서 사행게임 이용문화를 건전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