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아, 미안" 골프맘 서희경의 눈물

중앙일보

입력 2015.03.20 00:07

수정 2015.03.20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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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경(29·하이트)이 10개월 만에 LPGA 투어 무대에 복귀한다.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 골프장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에서다.

 서희경은 클럽하우스 옆 잔디밭에 앉아 JTBC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도중 지난해 8월 태어난 아들 도현이에게 전할 영상 메시지를 요청했다.

오늘 JTBC 파운더스컵으로 복귀
작년 출산 뒤 10개월 간 육아 전념
남편 “미련 남지 않도록” 출전 권해
“엄마의 도전 이해해주기를 … ” 울컥

남편 국정훈씨, 아들 도현 군과 함께한 서희경.
 서희경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뗐다. “일반적인 엄마들처럼 100% 해줄 수 없어서 미안하지만….” 그러다 울컥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서희경은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만 하겠다거나 다시 촬영하자고 요청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 같고, 자신의 감정도 그대로 보여줬으면 했던 것 같다. 서희경은 “행복한 엄마로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회가 있을 때 (골프에) 도전해 보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좋겠고,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줬으면 좋겠다.”

 계속 눈물을 흘렸다. 말은 띄엄띄엄 이어졌지만 그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서희경은 엄마가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 연습을 위해 미국 캔자스주 로렌스의 이모부 댁에서 1년을 살았다. 이모는 친절했지만 그는 엄마가 그리웠다. 어느 날 이모와 이모부가 외출을 했다. 미국에서는 어린아이를 혼자 집에 두면 안 된다. 집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불을 껐다. 캄캄한 곳에서 서희경은 혼자 있어야 했다. 어둠 속에서 벨이 울렸다. 불을 켤 수 없었다. 소리를 따라 캄캄한 방을 엉금엉금 기어 전화기의 수화기를 들었다. 엄마였다. 울음이 터졌다.


 딸 둘을 키우면서 투어에서 맹활약한 줄리 잉크스터(55·미국)처럼 서희경은 일과 가정에서 모두 성공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지난해 아들 도현이를 낳은 뒤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를 혼자 두는 것은 아이에게도, 자신에게도 불행한 일이라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남편 국정훈(36)씨가 “지금 미련이 남는다면 40대, 50대가 되어서 마음이 허전할 것이다. 그 때 엄마로, 아내로 행복하게 살려면 지금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해라”고 복귀를 권했다. 서희경은 생각을 바꿨다.

 서희경은 절충안으로 2주간 대회에 참가하고 2주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아이와 함께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출산으로 쉬는 바람에 상금이 큰 메이저 대회에도, 아시아 선수에게 유리한 아시안 스윙에도 나갈 자격을 잃었다. 차 떼고, 포 떼고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셈이다. 서희경은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무게를 16kg이나 줄였다고 했다. 그는 “우승을 여러 번 할 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며 “경기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다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홀가분하다. 후회 없이 겨뤄보겠다”고 했다. 서희경은 ‘필드의 패션모델’로 불리던 처녀 때보다 아이 엄마가 된 지금이 더 행복해 보였다. 눈물을 흘릴 때도 그랬다.

피닉스=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