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도 현 고2는 수준별 A·B형에서 이과는 가형, 문과는 나형으로 바뀐다. 매년 수능시험 제도가 달라지다 보니 교사들조차도 헷갈릴 정도다. 오죽하면 11일 치러진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 때 일부 학교에선 시험지를 잘못 배부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겠는가. 국어도 마찬가지다. 고3 학생은 국어·화법·작문·독서·문학으로 나눠 배우고 있는데 고1, 2학년생은 국어I·국어II·고전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수능제도 변경으로 인한 혼란이 현재 고1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수능개선위원회에서 수능 개선안을 논의 중이기 때문에 새 수능안이 나오면 현재 중3 학생은 현 고1 학생과 다른 형태의 수능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021학년도엔 문·이과 통합교육 과정에 따라 대대적인 수능제도 개편이 예고돼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매년 달라지는 제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부는 수능제도를 바꿀 때마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명분을 내건다. 하지만 이렇게 제도가 자주 바뀌면 학생들의 불안감만 커지고 적응속도가 빠른 학원과 입시컨설팅업체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의 ‘땜질식’ 수능제도 변경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 될 공산이 크다. 학생들을 입시제도의 ‘모르모트’ 정도로 취급하는 무책임한 짓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비전을 갖고 확 뜯어고칠 게 아니라면 차라리 당분간 장단점을 평가하면서 지켜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