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몰상식한(senseless) 공격을 받은 리퍼트와 가족들을 생각하고 있다” 고 올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버나데트 미한 대변인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리퍼트 대사와 통화해 리퍼트 대사와 부인 로빈에 대한 염려와 기도를 전하고 쾌유를 기원한다고 전했다”며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까지 공개했다.
미, 동맹국서 첫 대사 피습 당혹
오바마 "쾌유 기원" 리퍼트에게 전화
CNN "어떻게 서울 같은 대도시서
칼 가진 괴한, 대사에게 접근하나"
셔먼 역사 발언 논란 속 사건 터져
주미 한국대사관 "악재다, 악재"
이날 주미 한국대사관은 서울, 미국 국무부 등과 긴급 연락을 취하며 사실상 비상 체제로 움직였다. 한 소식통은 “사건 발생 이후 거의 분초 단위로 미국에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는 물론 리퍼트 대사의 상태 및 치료 상황과 수사 진행 상황, 진상 규명 및 처벌 의지를 알렸다”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주미 대사관의 한 인사는 “악재다, 악재”라며 한·미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외교 채널에선 리퍼트 대사 피습으로 정부 차원에서 한국 내 미국 인사 보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됨은 물론 미국의 일반 여론이 한국을 반미 성향이 숨어 있는 치안 부재국으로 평가절하할 가능성까지 걱정하고 있다. 대사관 고위 인사는 “불필요한 오해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리퍼트 대사의 피습에 비상한 관심과 우려를 나타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5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와 피해를 당한 리퍼트 대사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를 피습한 김기종씨는 5년 전 시게이에 도시노리(重家俊範) 당시 주한 일본대사에게 공격을 가했던 인물이다. 스가 장관은 “한국 거주 일본인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며 “한국 정부에 대사관 등에 대한 경비를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한·중·일 3개국 협력을 위해서도 역사 인식 문제에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발언이 동기가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속보를 전하며 “용의자 김씨가 반미 감정 때문에 저지른 범행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의 안보전문매체인 워싱턴 프리비컨은 “이번 사건은 셔먼 차관의 발언 논란으로 반미 여론이 확대되는 시점에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호와 보안 문제도 지적됐다. CNN은 “어떻게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괴한이 대사의 얼굴에 칼로 공격을 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부실한 경호를 비판했다.
워싱턴·도쿄=채병건·이정헌 특파원,
서울=하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