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아우디·폴크스바겐 등 독일 메이커 3사의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은 지난 한해 유로 6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유럽 현지에서 팔 수 없는 디젤차를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해 왔다. 유럽과 한국 간 1년 8개월 정도의 ‘규제 시차’를 이용한 것이다. 사실 독일 메이커들은 2009년부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던 디젤 차량을 도입해 시장 흐름을 휘발유(가솔린) 중심에서 디젤로 바꿔놓은 주역들이다. 독일 메이커의 디젤차 판매 비중은 메르세데스-벤츠(56.5%)를 제외하고는 BMW·아우디·폴크스바겐 모두 85% 이상이다.
한국선 9월 1일부터 새 기준 적용
시행 전에 디젤 할인·무이자할부
르노삼성 QM3도 기준 미달로 골치
가솔린 많은 일본차는 느긋한 표정
반면 도요타·닛산·혼다 등 일본차는 독일차의 위세가 꺾일 것으로 예측하고 표정을 관리하는 중이다. 독일차가 디젤 분야에 특화돼 있다면 일본 메이커들은 가솔린·하이브리드 차량 위주여서 유로 6 규제 앞에서 비교우위에 있다. 한국토요타는 26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도요타 7700대, 렉서스 7100대 등 총 1만48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 판매량과 비교하면 도요타(6840대)는 11%, 렉서스(6464대)는 9.8% 올려잡은 수치다. 혼다도 지난 16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레전드’의 가솔린 모델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 맞물려 그동안 차량 유지비 때문에 디젤을 택했던 소비자들이 가솔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당장 9월부터 유로 6가 적용되면 독일 디젤차의 연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수입차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 가운데에선 르노삼성차가 유로 6 도입으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QM3에 장착된 르노의 1500cc 엔진이 유로 6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QM3는 지난 한해 연간 1만8000대 정도 판매되면서 르노삼성의 성장세를 이끌어 온 차량이라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QM3의 경우, 스페인에서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유로 6에 맞는 엔진을 자체 제작할 수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엔진에 저감장치만 따로 장착하더라도 원가가 300만원 정도 올라간다”면서 “차량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면 마진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쌍용차도 곧 출시할 티볼리 디젤 모델에 대해 고민이 많다. 쌍용차는 올 6월 출시를 목표로 디젤 모델에 탑재할 1600cc 엔진을 유로 6 기준에 맞춰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또한 유로 6에 맞춰 ‘라인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현대·기아차는 2500cc 대형 SUV 가운데 베라크루즈를 단종시키고 모하비만 계속 생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다만 i30와 i40, 쏘렌토, 그랜저 디젤 모델은 이미 유로6 기준에 맞춰 출시한 상태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