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공기와 차단된 병원 무균실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이 감독은 병석에서도 여전히 축구를 생각하고 그리워한다. 축구인들은 “이 감독은 고집스런 성격 만큼이나 축구 사랑도 남다르다. 그 열정으로 견디면 무서운 병마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팀 감독으로 일본전 10전 무패
태국 킹스컵 참가 중 고열로 귀국
‘급성 백혈병’으로 판정받아
축구장 대신 무균실서 외로운 싸움
독한 항암제 탓 식사도 못하지만
TV로 경기 지켜보며 제자들 걱정
갑작스럽게 선장을 잃은 대표팀의 키는 최문식(44) 수석코치가 대신 잡았다. 선수들은 태국 국가대표팀과의 킹스컵 최종전 직전까지 감독의 병명을 몰랐지만 이심전심으로 ‘뭔가 심각하다’고 느꼈다. ‘깡패축구’ 논란이 불거진 우즈베키스탄과의 1차전(1-0승)에서 상대 선수에게 얼굴을 세 차례나 맞고도 냉정을 잃지 않았던 심상민(22·서울)은 “화가 치밀었지만 섣불리 대응하고 싶지 않았다. 감독님께 우승컵을 안겨드리고픈 마음 뿐이었다”고 했다. 한국은 종합전적 2승1무로 2012년 이후 3년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힘든 치료 중에도 이 감독은 한국 축구와 제자들을 걱정하고 있다. 킹스컵 한국 경기도 빼놓지 않고 봤다. 김기동(44) 올림픽팀 코치는 “문병 중 감독님께서 ‘온두라스는 20세 이하 대표팀이 출전했는데, 만만치 않은 팀이었다. 세계 축구 수준이 점점 높아지는 만큼 우리도 열심히 따라가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가슴이 뭉클했다. 와병 중에도 감독님은 축구만 생각하는 듯 했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최근 신태용(45) A대표팀 코치를 올림픽팀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다음달부터 시작하는 리우 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을 대비하기 위해 이 감독의 동의를 얻어 발빠르게 움직였다. 축구협회는 또 이 감독이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 치료비 전액을 지원키로 했다.
조준헌 축구협회 홍보팀장은 “발병 시점이 국제대회 기간이고, 그간 한국축구에 기여한 공로가 큰 만큼 치료비 전액 지원을 결정했다”면서 “이 감독이 건강을 회복해 다시 그라운드에 서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