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초고층 건물의 특성과 관련해 “지하부터 꼭대기까지 연결된 배관이나 전선을 타고 불길이 순식간에 올라가기 쉽다”면서 “초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수 천에서 수 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공황상태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피난 통로가 좁아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릴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지적한 것이다.
세월호 9개월 대한민국 안전보고서 ② '31년 소방관' 김주환 교수의 조언
소방 당국의 진화 방식도 문제로 지적했다. “하드웨어는 잘 갖춰졌지만 소프트웨어는 없다”는 게 그의 표현이다. 미국에선 건물의 내부 체계와 화재 위험 정보가 전산화돼 있어 재난 발생 때 소방당국 등의 대응이 빠를 수 있으나 한국의 경우 소방당국은 출동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상황을 살피고 진화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진화 과정 자체가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전근대적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의정부 화재도 상황실에서 건물 내부 정보 등을 미리 알고 지시를 내렸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고층 건물 화재에 대비해 장비를 대폭 확충하자는 일부 전문가들의 제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초고층 건물은 바깥과 내부가 완전히 차단된 형태로 불길이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만큼 특수 사다리차나 헬기 등을 무조건 도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스프링클러 등 기본 설비를 활용하면서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대피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의정부 화재 같은 재난은 또 일어날 것”이라며 “화재를 막기 위해 시설과 장비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 대비 시스템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