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관련 中 의견도 듣겠다"
조 장관은 중국이 껄끄러워하며 거리를 두고 있는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해서도 "지역, 국제 정세에 관한 토의를 할 때 제기될 문제"라며 회담 테이블에 올릴 의사를 밝혔다. 조 장관은 "러·북 군사 협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당연히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정상회담 이후 노골적으로 밀착하는 북·러 관계에 대해 "양국 간의 일"이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이들의 불법 무기 거래 등을 문제 제기 없이 방관하고 있다.
조 장관은 북핵 문제에 전반에 대해선 "몇 년 사이 주변 지정학적 환경이 많이 바뀌어 진전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중국이 어떻게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지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 대북 제재와 관련해 몽니를 부리고, 제재 회피를 위한 뒷문을 열어주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칙 문제는 입장 분명히"
한편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 이후 아직도 여파가 지속되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에 대해서도 조 장관은 "큰 맥락 속에서 관련 문제를 협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화 콘텐트 분야와 다양한 인적, 문화적 교류도 중요하다"면서다.
6년여만의 베이징 방문
이날 조 장관은 이번 방중의 의미에 대해 "엄중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양국 관계 증진 방안은 물론 한반도 문제, 지역 글로벌 정세에 관한 전략적인 소통을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왕 부장과 솔직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겠다"며 "원칙에 관한 문제에 있어선 우리 입장을 분명히 하되 협력 잠재력이 큰 분야에는 양국 관계 발전 기반을 더 튼튼히 다지고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과 왕 위원은 지난 2월 상견례를 겸해 50분간 통화했고, 대면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방중은 당시 왕 위원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오는 26~27일로 추진되는 한·일·중 정상회의 일정을 공식적으로 못박을 수 있을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한이나 윤 대통령의 방중 등 정상급 교류 문제가 논의될지도 주목된다. 최근 미국의 동맹·우방국들과 외교적 협의를 강화하는 중국의 기류 변화에 따라 한·중 관계 역시 다소의 분위기 전환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체적으로 2022년 장관급에서 약속만 하고 열리지 않은 2+2(외교·국방) 차관급 대화, 같은 해 시 주석이 윤 대통령에게 먼저 제안한 '1.5 트랙' 대화 등 고위급 소통이 물꼬를 틀지도 관심사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왕 위원과 회담한 뒤 만찬도 함께 한다. 다만 시 주석 예방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외교가에 따르면 한국 외교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하더라도 국가주석까지 만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한다.
다만 그 외의 고위급 인사 예방은 이뤄질 수도 있다. 지난 3월 김성남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겸 국제부장이 방중했을 때는 권력 서열 4위 왕후닝(王滬寧)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국정협 주석과 서열 5위이자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차이치(蔡奇)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 등을 만났다. 한국과 북한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조 장관을 고위급 인사들이 반기는 '깜짝 환대'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장관은 1박 2일간의 이번 방중 기간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인과 간담회를 한다. 또 중국 지역 총영사를 소집한 회의를 열어 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양국 간 지방 교류를 독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