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조정식 국회의장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국회의장 후보 단일화를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며 손잡고 있다. 연합뉴스
조 의원과 정 의원은 이날 잇따라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경선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오후에는 조 의원이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추 당선인과 만나 단일화에 합의했다. 조 의원은 회동 뒤 “개혁 국회를 위해 마중물이 되고자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추 당선인도 “저희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다음 국회를 개혁 국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우원식 의원은 출마 강행 의지를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번 교통 정리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주도했다고 한다. 복수의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선거 후보 등록을 앞두고 조정식·정성호 의원을 찾아가 불출마를 요청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조 의원을, 지난 6일 정 의원을 각각 만났다. 박 원내대표는 “제가 당선됐는데, 국회의장까지 친명이면 ‘친명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두 의원을 설득했다고 한다. 6선 고지를 밟은 조 의원은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1년 8개월 간 사무총장을 지냈다. 정 의원은 이 대표 측근 그룹인 7인회에 소속된 친명계 좌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왼쪽부터), 우원식, 조정식, 추미애 국회의장 후보자들이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 입장해 손잡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추미애 의장 교통 정리’가 이 대표 연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 지도부 의원은 “(조정식·정성호 등) 친명 국회의장이 먼저 나오면, 연임을 고심 중인 이 대표의 공간이 줄어들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거야(巨野) 독주에 대한 비판 부담을 추 당선인과 이 대표가 나눌 수 있다는 당내 인식도 있다. 추 당선인은 지난 8일 국회의장이 되면 대선에 불출마해 이 대표와 경쟁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친명계 최고위원들은 “이 대표 연임 대찬성”(정청래),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하라”(장경태)며 군불을 땠다.
이날 박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물밑 조율에 대해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답했다. 입원 치료 중인 이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에 정부를 겨냥한 비판 글을 올리고 있지만, 당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