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됐던 공론화위원회도, 국회 연금특위도 종료됐다. 연금개혁의 동력이 꺼지려 한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는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개편을 목표로 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가장 민감한 주제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국회와 함께 공론화를 통해 구체적 수준을 정하겠다고 했다.
여야, 소득대체율 합의 불발
정부, 중재안이나 개혁안 내야
미룰수록 미래세대 부담 늘어
정부, 중재안이나 개혁안 내야
미룰수록 미래세대 부담 늘어
일부에선 기금운용 수익률이 높아지면 고갈이 늦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1000조원 수준인 국민연금기금이 1700조원으로 늘었다가 2041년 적자로 전환돼 2055년 급속히 소진된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국민연금기금이 가진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을 본격적으로 팔아 현금화하기 시작하면 수익률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위험이 있다. 어떤 물건을 대량으로 계속 팔아야 하면 제값을 받기 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복지부는 종합운영계획안에서 구조개혁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공론화위에선 구조개혁은 심도 있게 논의하지 못했다. 김상균 공론화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연금특위 회의에서 “구조개혁에 대해 시민대표단에 설명했지만 어떤 경우엔 ‘우리가 준비가 안 돼 있으니까 (논의를) 못 하겠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구조개혁을 공론화를 통해 가닥을 잡는 것은 애당초 어려운 일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월 신·구 연금 분리안을 제시했다. 신연금은 기존 연금과 달리 낸 돈에 운용수익을 더해 받아가는 것으로 재정 고갈 염려가 없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연금을 못 받을지 모른다는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 또 5년마다 국민연금 개편을 놓고 소모적 논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기존 연금을 약속대로 지급하기 위한 재원 부족분(미적립충당금) 609조원을 재정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런 제안이 좀 더 일찍 나와 여론의 검증을 받고 보완책을 마련할 시간이 있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크다.
연금특위가 종료된 마당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연금특위 회의에서 “저희도 하고 싶은 것하고 할 수 있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간 공론화위와 여야 협상 과정을 지켜봤으니 현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을 정해야 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방향 설정과 공론화 과정, 기본적인 팩트 확인에 문제가 있었지만 여야가 제시한 보험료율이 13%로 같아진 것은 성과라고 본다”며 “정부는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자신의 국민연금 개편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야 안에 따라 이번에 보험료율을 올리면 기금 고갈을 8~9년 늦출 수 있다. 아쉽지만 근본적 개혁을 할 시간을 번다는 의미는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는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여야가 협상 가능한 대안을 내야 한다. 이게 안 된다면 구조개혁까지 포함한 정부 차원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22대 국회에 제출하라. 그래야 개혁의 동력을 살릴 수 있다. 이번에 하지 못하면 다음엔 더 고통스러운 선택만 남는다.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