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8일(현지시간) ‘반도체 공급망의 새로운 회복 탄력성’ 보고서를 내고 2022년 0%였던 미국의 10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점유율이 2032년에는 28%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만에 이어 미국이 전 세계에서 첨단 반도체를 두 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 점유율이 2022년 31%이지만 10년만에 9%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미국이 2위로 올라서며 한국은 3위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선단 공정인 3나노를 포함한 10나노 이하급 첨단 반도체를 현재 국내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이 완공되는 2026년부터는 2나노 및 4나노 반도체 양산이 미국에서 시작된다. 2027년에는 테일러에 지을 제2 공장도 가동된다. SIA는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 제조 상당 부분이 화성·평택 등에서 테일러로 이전할 거라 전망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미국의 칩 생산능력이 괄목할 만큼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로 2022년 제정된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꼽았다. 미국 정부가 칩스법을 앞세워 미국 내 설비 투자를 장려하자 인텔 등 미국 기업과 삼성전자·TSMC 등 해외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가 급증했다. 미 정부는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 달러 등 모두 527억 달러(약 75조5000억원)를 내걸고 투자를 적극 유치했다. 보고서는 “칩스법이 없었다면 미국의 점유율은 2032년 8%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존 뉴퍼 SIA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칩스법으로 인해 미국의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 역량을 크게 강화 수 있게 됐지만, 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 많다”며 “정부와 협력해 인재를 더 늘리고, 보조금 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첨단 반도체는 줄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 내에서 한국의 생산 점유율은 2032년 19%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눈에 띈다. 2022년엔 17%였다. 보고서는 2032년 한국이 대만(17%)을 제치고 중국(21%)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반도체를 많이 생산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종류별로 보면 D램이 52→57%로, 낸드 플래시가 30→42%로 메모리에서 큰 성장이 예측된다. 보고서는 “한국은 반도체 산업 발전에 일찍 투자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한국이 전 세계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D램 시장에서 각각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