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들도 예상 못 했던 윤 대통령의 발언은 김건희 여사 관련이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기자회견을 함께 준비한 참모들은 윤 대통령이 “송구스럽다”는 정도로 답할 거라 예상했는데, 보다 직설적으로 사과란 표현을 쓴 것이다. 이는 지난 1월 KBS 대담에서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이고 좀 아쉬웠다”라고 했던 것과 달랐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김 여사 관련 특검에 대해 “도이치니 뭐니, 지난 정부에서 사실 저를 타깃으로 했던 것”이라며 정치 공세라 규정했다. 단호한 어투였는데, 답변 중 “(수사 과정 중) 진실을 왜곡해서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는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한 위원장은 정치인의 길을 잘 걸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지만, 소원해진 관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향후 한 전 위원장과 만날 것인지를 묻는 두 번째 질문이 나오고서야 윤 대통령은 20년 넘는 교분을 언급하며 “언제든 만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회견에선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 등 참모들의 조언이 다수 반영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등) 수사 결과가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제가 특검하자고 하겠다”고 역제안한 게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준비 과정에서 “정말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최대한 많은 질문을 받겠다”는 뜻을 자주 밝혔다고 한다.
사회를 맡은 김수경 대변인이 손을 드는 기자 중에 무작위로 선택하는 방식이었는데, 외교안보의 경우 로이터·니혼게이자이·BBC 등 모두 외신들이 질문했고, 경제 분야에선 경제지 기자들이 선택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정한 기준은 없었다”며 “정치 현안과 사회 분야에서 주로 종합지와 방송사 기자들의 질문을 받다 보니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의 경우 분배가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좌파 성향 언론에선 한겨레 기자가 질문 기회를 얻었고, MBC는 선택받지 못했다. 질문권을 얻으려 기자들이 김 대변인과 눈을 마주치려고 애쓰는 등 치열한 경쟁도 벌어졌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뒤 참모들과 30여분간 짧은 점심을 먹으며 기자회견의 반응을 물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기자회견은 변화의 출발점으로 봐달라. 윤 대통령은 계속해서 소통하고 변화하고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