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출범 2주년을 맞는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의 '소득·재정 주도 성장' 대신 '시장·민간 주도 성장'을 앞세웠다. 하지만 이런 '윤석열표 정책 전환'의 성과를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에 이르진 못했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평가다. 수출과 성장률은 점차 회복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재정 악화 속 고(高)물가, 고(高)금리, 고(高)환율이란 삼각 파고에 크게 위축된 내수와 민생 경기를 살려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남아있다.
우선 종합 점수 격인 성장률이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 증가율은 1.4%(전년 대비)까지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5.1%) 등 대형 위기를 제외하면 최저 수준이다.
다만 올해 들어 수출 회복세와 함께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출범 당시인 2022년 2분기 0.8%(전 분기 대비)에 그친 GDP 증가율은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1.3%까지 올랐다. 8분기 동안 GDP는 4.3% 성장했다. 한국 경제의 연간 잠재성장률(2%대 초반)만큼 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잠재성장률은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생산요소를 투입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상승률이다. 경제 ‘기초체력’에 비유한다.
1분기 깜짝 성장을 이끈 건 그간 부진했던 수출이다. 2022년 2분기 64억 달러 적자를 기록한 무역수지는 같은 해 4분기 적자가 186억 달러까지 불었다. 반도체·자동차를 비롯한 주력 산업이 회복하며 올해 1분기 90억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수출은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증가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 성장 기여도가 큰 수출이 바닥을 다지고 살아나고 있다”면서도 “수출 호조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를 살려야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전 재정’ 기조도 전 정부와 차별화 포인트였다. “재정을 풀어 경기를 살리려는 유혹을 뿌리쳤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문제는 세수(국세 수입) 펑크'다. 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은 344조1000억 원으로 예산 대비 56조4000억 원 부족했다. 역대 최대 규모 세수 결손이다. ‘불용’(不用·예산으로 편성했지만 쓰지 않음) 규모(45조7000억 원)가 역대 최대일 정도로 재정 효율성도 떨어졌다. 기재부는 올해도 대규모 세수 결손을 예상한다. 그 결과 국가 채무는 2022년 1067조원 수준에서 올해 1196조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9%에서 51%로 증가할 것으로 기재부는 내다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성장은 의미가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패를 극복할 시효가 지난 만큼 이제 집권 3년 차 ‘윤석열 표’ 경제 정책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초 민생토론회에서 경제 부처에 “경제 지표가 좋은데 국민이 느끼지 못한다면 현장에서 알뜰하고 세심한 정책 집행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게 하라”고 주문했다. 지금도 유효한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