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에 부모들은 아들을 꼭 안아주며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충남 홍성에서 온 중년 부부는 “사위가 늦게 군에 입대했는데 딸·손녀와 같이 왔다”며 “어려운 훈련을 잘 견뎌준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카네이션을 받으니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씨름 선수를 하다 입대했다는 임경택(28) 이병은 “아내와 딸을 보살펴 주시는 장인, 장모님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며 “성실하고 군 복무를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에게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마련된 ‘카네이션 브로치 달아주기’는 깜짝 이벤트였다. 수료식이 어버이날인 점에 착안한 훈련소 간부들 사이에서 “부모님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는 방법으로 카네이션을 달아드리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한다. 훈련소 측은 사전에 장병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퇴소식을 찾은 부모에게 직접 브로치를 달아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카네이션 브로치는 장병 1명이 두 개씩 주문하고 훈련소가 대신 구매했다.
아들 군복에 태극기를 달아준 뒤 카네이션 브로치를 선물 받은 부모는 “새벽에 집을 나와 훈련소로 오는 내내 아들에게 무엇을 줄까 생각했다”며 “뜻밖에도 카네이션을 받고 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아들이 너무 대견했다”고 말했다.
장병들 또한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 경기도 파주가 집인 김현태(24) 이병은 “별건 아니지만,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고 부연수(21) 이병은 “초등학교 이후로는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던 기억이 없었다”며 “훈련을 받으면서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적지 않았는데 수료식에서 효도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육군훈련소 김경철 30교육연대장은 수료식에서 그동안 장병들의 노고를 위로하며 “(장병들은) 부모님에게 잘하라”는 짧고 강한 인사말을 전달했다.
한편 서울시는 8일 장충체육관에서 ‘제52회 어버이날 기념식’을 열고, 효행자와 장한 어버이 등 36명(기관)을 표창했다고 밝혔다. 1990년 9월부터 30년 넘게 시각 장애인 시어머니(85)를 부양하는 박영주(56·서울 동대문구)씨와 77세의 고령에도 101세 어머니를 모시는 박혜숙씨, 생업까지 포기해가며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노모를 50년 넘게 돌본 이모씨 등 효행자 19명이 표창을 받았다. 이와 함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녀를 바르고 훌륭하게 키워내고 지역사회에 꾸준히 봉사하고 있는 장한 어버이(12명)와 어르신 복지 향상·인식개선에 힘쓴 은평연세병원 등 5개 기관도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