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 체육관. 2학년 학생 22명을 대상으로 ‘즐거운 생활’ 수업이 한창이다. 대형 보자기 가장자리를 움켜쥔 학생들은 보자기 가운데에 놓인 배구공이 튀어 오를 때마다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겼다. 공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아야 하는 이른바 ‘낙하산 놀이’다.
“놀이 수준의 신체 활동, 비만·과체중 불러”
교육당국이 체육 교과를 분리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신체 활동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중·고 비만군(비만+과체중)은 2017년 23.9%에서 지난해 29.6%로 5.7%포인트 높아졌다. 초등생은 같은 기간 7.8%포인트(22.5%→30.3%)로 더 올랐다.
현재 즐거운 생활 과목의 경우 학교나 교사에 따라 신체 활동의 정도가 제각각이어서 초등학생들의 운동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실에서 율동 영상을 따라 하면서 체육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교사들 “소통 없는 졸속…민원은 교사 몫인가”
수업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최근 학교안전공제중앙회가 시·도교육청에 배포한 ‘2024 학교배상책임공제 사고 사례집’과 ‘학교안전사고 보상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발생한 학교 내외의 학생 안전사고 중 체육수업 시간에 발생한 사고가 38.1%로 가장 많았다. 정광순 한국교원대 교수는 “초등 저학년은 안전한 놀이 중심 활동으로 몸을 많이 움직이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체육 수업이 민원의 불씨가 되는 사례도 많다. 서울의 한 3학년 담임 교사는 “아이들이 싸우면 말리느라 바쁘고, 다치기라도 하면 여기저기 연락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더 어린 1·2학년에서 체육 관련 민원이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교에서 야외 활동이 있는데 ‘선크림 공지’를 안 해줬다”며 “아동 학대로 신고하면 처벌할 수 있느냐”라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체육 필요성 공감해도…“시설·인력이 우선”
일선 학교에선 체육 수업을 보조하는 초등 스포츠강사를 고용하고 있지만, 교원노조는 교사자격증이 없는 스포츠강사 대신 체육전담 교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부모 “학교 체육 부족하면 사교육 할 수밖에”
체육 교과를 분리하기까진 2~3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연구와 교과서 개발 등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김새봄 교육부 인성체육예술교육과장은 “국교위에서 논의의 첫발을 뗀 셈”이라며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