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은 이어 “현재 세계는 새로운 혼란과 변혁기에 들어섰다”며 “이러한 세계의 두 개의 중요한 역량으로 중국과 유럽 양측은 동반자 위상을 견지하며 대화와 협력을 견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 3대 세력의 정립(鼎立)된 현 국제 정세에서 유럽을 중국 쪽으로 당기려는 취지의 발언이다.
시 주석을 국빈으로 초대한 마크롱 대통령은 공평한 경제관계를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국제 상황은 어느 때보다 이번 유로·중국 대화가 필요하다”며 “디커플링(탈동조화)은 해로울 수 있으며, 우리는 모두에게 공평한 경기장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며 경제·무역 현안을 언급했다.
이어 “먼저 유럽과 중국 관계로 시장접근, 공정한 경쟁 조건, 투자, 조화로운 발전과 같은 무역 문제를 논의하자”며 “두 번째로는 우리 사이에 조율이 절대적인 양대 위기인 우크라이나와 중동을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경제를 우선 이슈로 거론했다. 그는 “최근 유럽과 중국의 교역량은 하루에 13억 유로(약1조9000억원)”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국가가 유발한 과잉생산, 불평등한 시장접근, 과잉 의존도 등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 정책의 개선을 촉구했다.
중국과 EU는 최근 전기차·태양광 패널·풍력터빈 등 무역 문제로 잇따라 마찰을 빚고 있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올해 초 EU가 원산지인 수입 브랜디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는 등 통상 마찰이 커지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3자 회담이 끝난 후에도 거듭 중국이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한 중국은 우리 모두에게 좋다"면서 "유럽은 경제와 안보를 지키는 데 필요한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데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이 EU 기업의 시장 접근을 공정하게 허용하고 있지 않다"면서 "우리는 우리 기업과 경제를 방어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역 방어 수단을 최대한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EU는 시장 왜곡 관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경제 갈등과는 별도로 중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EU는 평화와 안보,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의 효과적인 작동에 공동의 이익을 갖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는 유럽,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충돌한 중동,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가 잠복한 동아시아를 언급했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프랑스 르피가로 기고문에서 공자(孔子)를 인용해 미·중 경쟁에서 유럽의 중립을 촉구했다. 그는 “군자는 화합하되 휩쓸리지 않으니 강하고, 중립하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니 강하다(君子和而不流 强哉矯, 中立而不倚 强哉矯)”고 인용했다. 이어 “프랑스 작가 로만 롤랑은 ‘독립 사고를 버리는 것이 모든 불행의 핵심’이라고 말했다”며 중국과 프랑스는 독립과 자주정신의 대국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