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는 2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원점이란 표현을 하긴 그렇지만 4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때와 상황이 바뀌어서 (통화정책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5월 통방 회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 달 새 바뀐 환경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국내 1분기 '깜짝' 성장세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기 확대 등 3가지를 들었다. 이들은 주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지연하는 요인으로 꼽히는 변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금리(5.25~5.5%)를 6연속 동결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당초 예상된 연내 3회가 아니라 1~2회 수준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는 "전 세계가 생각하는 건 견조한 경기, 물가 수준을 볼 때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미뤄졌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선 지난달 발표된 1분기 경제성장률이 1.3%(전 분기 대비·속보치)로 '서프라이즈'를 찍었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시급성이 이전보다 떨어진 셈이다. 또한 이 총재는 "4월 통방 회의 이후 지정학적 긴장, 특히 중동 사태가 악화하면서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고 짚었다. 지난달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오르내렸고,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 1400원까지 내려간(환율은 상승) 바 있다.
이달 23일 금통위 통방 회의엔 기존 조윤제·서영경 금통위원 대신 김종화·이수형 위원이 새로 합류한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생각이 중요한데 (4월 금통위 이후) 2명이 바뀌었고, 제가 여기에 있으면서 금통위원들과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면서 "5월 전망 전에 3가지 영향 중에 우리가 놓친 게 무엇인지,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달 회의에서 수정 경제 전망도 내놓는다. 지난 2월 경제 전망에선 올해 연간 성장률을 2.1%로 제시했는데, 1분기 성장세가 수출·내수 모두 호조를 보이면서 전망치도 올라갈 전망이다. 이 총재는 "국내총생산(GDP)이 높게 나온 건 분명 좋은 뉴스다. (전망치를) 얼마를 상향하느냐가 문제"라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정전망치(2.2%→2.6%)만큼 갈 것인지는 자료를 보고 조정해야 하지만 상향 조정이 불가피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