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수사 속도 내고 있는데 특검 개시는 부적절
수사 끝나면 여당도 진상 규명 국민 요구 부응해야
특히 채 상병 특검은 현재 경찰에선 업무상 과실치사 부분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선 수사 외압 행사 부분을 수사 중이다. 두 기관의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특검을 시작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행동은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해도 절차적으로 과속한 느낌이 있다. 실제 공수처는 지난달 26일 100일 가까이 공백 상태였던 공수처장이 새로 임명된 이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9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소환했고, 어제는 박경훈(전 해군 대령)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불러 조사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이르면 이번 주말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조사 또한 군 의문사가 아니라 사고사에 대한 것이라 매우 단순하다. 국민의힘도 “검경 수사를 본 뒤 방향이 제대로 안 서면 ‘특검 한번 해 보자’라 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매섭게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흐지부지 뭉갤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제1당답게 지켜야 할 절차를 제대로 지켰어야 했다.
한편 국민의힘도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즉각 특검 논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 총선도 끝난 만큼 선거에 악용될 여지도 사라졌다. 어제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채 상병 특검법을 21대 국회가 끝나는 5월 말까지 처리해야 한다”는 답변이 67%(반대는 19%)로 압도적이었다. 특검까지의 절차를 잘 인식하지 못한 결과로도 해석되지만,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길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이처럼 크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혹시라도 대통령실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꼼수를 부린다면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경찰과 공수처도 오해가 없도록 최대한 조속히 수사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이라고 반발하는 ‘피의사실 외 수사 과정 언론 브리핑’에 대해서도 경우에 따라선 유연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 특검의 핵심은 국가의 부름을 받고 헌신하다 고귀한 생명을 잃은 채 상병 같은 젊은이들이 다시는 없도록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