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두 회견이 남긴 것은 각자의 커리어 및 산업 현황만큼이나 상이하다.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나훈아는 각종 조련과 지원을 받았어도 무대에서 홀로 승부하고 성취하는 김연아 케이스다. 반면에 민희진은 그 자신이 박지성·손흥민이 아니라 축구팀을 조련하는 히딩크 같은 역할이다. 벤치와 협회가 운영전략과 연봉계약을 놓고 다툴 순 있어도 그라운드의 스포트라이트를 침해하는 건 제 살 깎아먹기 행위다. 대중문화든, 스포츠든 팬덤 없인 굴러갈 수 없고, 대중의 ‘관심’은 매우 제한적인 자원이기 때문이다. 하이브-어도어 충돌로 그 관심이 무대 위 스타가 아니라 K팝 엔터 산업 자체로 향해버렸다. 지분 구조, 풋옵션, ×저씨 같은 비문화적 용어들이 ‘버블검’ 뒤에 아른거린다. 이 환상의 판이 정교하게 설계된 수익사업이고, 내 지갑이 이 판에서 ‘호구’란 걸 몰랐던 건 아닌데, 입맛이 쓰다.
“가수는 꿈을 파는 사람이다. 꿈을 팔려면 꿈이 있어야 한다.” 나훈아가 당시 기자회견 말미에 뱉은 말의 방점은 ‘꿈’에 찍혔지만 오히려 핵심 단어는 ‘팔다’였다. 스타의 고단한 노동(훈련)조차 숭배의 대상이 되는 건 그가 파는 꿈이 곧 내 꿈이라는 환상 때문이다. 팬으로선 내가 사는 꿈이 방시혁의 것인지, 민희진의 것인지, 뉴진스의 것인지, 전부 합친 건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싫은 건 이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나훈아는 9년간 은둔하며 꿈을 가공해 돌아왔지만, 지금 ‘민희진 사태’에선 누구도 물러서는 자가 없다. 이 악몽이 길어질수록 그들이 파는 꿈만 초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