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지금도 충분히 긴축적”…하반기 금리인하 힘 실려

중앙일보

입력 2024.05.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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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EPA=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연 5.25~5.5%)를 6연속 동결했다. 물가 고공 행진 속에 금리 인하의 조건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를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다만 Fed가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서고, 제롬 파월 Fed 의장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부정하는 등 시장 예상보다 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란 평가가 나왔다. 당초 연내 3번으로 점쳐졌던 금리 인하는 하반기 중 한두 차례 이뤄질 거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Fed는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만장일치로 금리 유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책 결정문엔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로 상징되는 금리 인하 신중론이 좀 더 강하게 묻어났다. 지난 3월 회의 때와 달리 “최근 몇 달간 물가 목표 2%를 향한 추가 진전이 부족했다”는 문구를 추가한 게 대표적이다. Fed가 중시하는 3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2.8%(전년 동기 대비) 올랐고, 같은 달 소비자물가(CPI)도 3.5% 뛰면서 시장 전망을 웃도는 상황이 반영됐다. 그 밖엔 고용 등 경제활동이 계속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다만 Fed는 금리를 그대로 두는 대신 다음 달부터 양적 긴축(QT)의 속도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월별 국채 상환 한도를 600억 달러에서 절반 이하인 250억 달러로 축소하는 게 핵심이다. 시장 예상(300억 달러)보다 더 크게 줄어든 것이다. 양적 긴축은 Fed가 보유한 채권을 팔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걸 말한다. 양적 긴축 규모가 줄면 그만큼 금리 상승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신재민 기자

파월 의장의 입도 강한 매파보다는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를 날리는 쪽에 가까웠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확신을 얻기까진 당초 기대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인플레가 2%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금리 인상 가능성은 부인했다. 파월 의장은 “현재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이라면서 “다음 금리 조정은 인상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표 후 투자 자문사 에버코어 ISI는 “금리 인하가 지연될 뿐이지 완전히 철회된 건 아님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씨티그룹은 “인플레가 더 둔화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금리 인하가 필요할 거란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금리가 올해 한두 차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고, 블룸버그는 연내 한 번 인하가 이뤄질 거라고 전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1월 인하 가능성은 약 68%(한국시간 2일 오후 2시 기준)로 전일 대비 10%포인트 올라갔다. 9월 인하 가능성도 약 56%로 상승했다.
 
미국 시장은 안도하는 기류다. 이날 미국 2년물·10년물 국채 금리는 하락했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도 하루 새 0.47포인트 떨어진 105.76을 나타냈다. 뉴욕 증시는 지수별로 상승·하락이 엇갈린 혼조세였다. 한국 시장도 크게 출렁이지 않았다. 2일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 대비 6.1원 오른(환율은 하락) 1375.9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0.31% 내린 2683.65로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