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 국민대 경영대 교수·대외협력처장
기업가와 창의적 기술자의 협업
증기기관 완성, 산업혁명 동력 돼
리더·창작자는 서로 보완적 존재
상호 존중 없으면 상처뿐인 결말
증기기관 완성, 산업혁명 동력 돼
리더·창작자는 서로 보완적 존재
상호 존중 없으면 상처뿐인 결말
일러스트=김지윤
1769년 증기기관에 대한 특허를 받은 사람은 와트였지만 실제로 이를 산업혁명의 동력으로 연결하는 데는 볼턴의 공이 컸다. 기록에 따르면 와트는 제대로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기계의 원리를 기가 막히게 이해하고 해체 및 조립을 능숙하게 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는 당시 뉴커먼 엔진의 생산성을 4배나 혁신적으로 향상시키는 새로운 증기 기술을 발명했지만 이를 사업화할 자금이나 능력은 부족했다. 와트는 특히 회계나 사업적 협상 등 비즈니스에 꼭 필요한 요소들을 아주 싫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튜 볼턴
볼턴은 다양성과 포용을 통한 융합적 문제 해결을 중시하고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의 자유로운 토론그룹이었던 루나 소사이어티를 통해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고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해 자신의 공장에 적용했다. 14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정규교육 못지않은 다양한 기회를 통해 학습하면서 사업을 키웠고 타고난 마케팅 감각을 발휘했다.
제임스 와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볼턴이 와트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격려하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와트는 완벽주의자답게 늘 비관적이었으며 자주 우울증에 빠지곤 했다. 자신의 기술이 완성될 수 있을지 고심하며 괴로워하는 와트를 지지하고 북돋우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볼턴의 중요한 임무였다. 볼턴은 와트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질수록 기업이 풀어야 할 문제는 복잡해진다. 그럴수록 논리와 직관, 모두 필요하다. 글로벌 엔터기업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과 당대의 뛰어난 프로듀서로 평가받는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자본과 인맥, 사업적 마인드를 가진 리더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창작자, 기술자는 서로에게 보완적 존재다. 그래서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마음을 헤아리고 존중할 때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가 되면 모두에게 상처뿐인 결말만이 남게 된다. 최근 사태를 보면서 와트와 볼턴의 보완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 교수·대외협력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