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방부와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김정은이 선물정치에 쓰는 2조 5000억원에는 특권층이 일상생활에서 누리고 있는 의식주 관련 비용부터 자동차, 의료 서비스, 경호·의전, 각종 문화·편의시설 등을 누리는 비용이 포함됐다. 실제 조선중앙TV가 지난해 12월에 공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관련 영상에는 북한 권력의 핵심으로 불리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 3인방(조용원 당 조직비서,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이 벤츠 S클래스 차량을 타고 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이 담겼다.
선물정치 비용 액수와 특권층 규모 등과 관련, 해당 연구에 참여한 박용한 KIDA 선임연구원은 "다양한 정보와 고위급 탈북자 심층 조사 내용 등을 취합하고, 별도의 분석 모델을 만들어 도출한 수치"라며 "북한 관련 정보의 특성상 구체적인 자료와 모델의 공개는 제한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앞서 국가정보원도 2015년 4월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특권층을 약 6만명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북한 내 특권층은 그 안에서도 서열이 갈리는 식으로 중층적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진은 이를 크게 4단계로 등급을 나눠 차등적으로 비용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 가장 높은 층위에 있는 핵심 특권층은 김씨 일가를 지칭하는 백두혈통, 항일 빨치산, 고위층 가문 출신 엘리트 등으로 이뤄진 것으로 연구진은 파악했다. 핵심 특권층의 규모는약 2만 2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1%에 불과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중에서도 특권의 정점에 있는 김정은 일가(100여 명)의 사치품 소비는 연간 8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8300억원은 김정은 정권이 사용한 연간 사치품 비용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연간 곡물 부족분인 110만t(약 8580억원 상당)의 96%를 구매할 수 있는 비용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특히 김정은의 딸인 주애는 공개 활동에 나설 때마다 명품 재킷 등으로 치장하는데, 외출 차림 한 세트에 평균 2600만원에 이르는 사치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국방부·KIDA는 지적했다. 옷과 신발, 가방, 액세서리, 휴대전화 등이 주애의 '외출 세트'를 구성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권력의 획득·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지지받아야 하는 핵심계층은 김일성·빨치산·고위층 가문 출신의 엘리트로 구성되어 있다"며 "김정은은 자신의 강력한 리더십을 공고화하기 위해 '선물정치'를 통해 이들의 충성과 결속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