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인덱스 연초 대비 4% 올라
올해 초만 하더라도 달러 인덱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방침에 100 초반대의 낮은 수준(달러 약세)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과 각종 경제 지표들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분위기 바뀌었다. 특히 파월 Fed 의장이 “물가를 잡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며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으로 선회하자 지난 16일 달러 인덱스는 올해 초 가장 높은 106.06까지 치솟았다.
실제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 세계 150개 통화 중에 약 3분의 2가량이 연초보다 달러 대비 가치가 하락했다. 특히 일본 엔(-10%), 아르헨티나 페소(-7.9%), 한국 원(-6.5%)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비(非) 미국 독자 노선에 환율 격차 커져
16일(현지시간)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세 둔화가 예상대로 진행되고 큰 충격이 없다면 제한적 통화 정책을 완화할 시기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를 6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6월 기준금리 인하가 물 건너 간 미국은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시험받고 있지만, 유럽은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일본도 상황이 비슷하다. 일본은 최근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했지만,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오히려 선을 긋고 있다. 26일 일본은행(BOJ)은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날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엔저가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에 지금까지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금리 결정에 있어 미국과 엔화의 통화 격차를 아직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유로·엔화 동조 원화 가치 더 떨어질 수도
실제 최근 일본은 ‘수퍼 엔저’ 현상이 계속되며 29일에는 장 중 한때 34년 만에 달러 당 160엔 선을 넘었다. 이후 엔화 가치는 소폭 오르면서 진정됐지만, 이 또한 일본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의 영향으로 추정되면서 향후 추가 엔화 하락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다른 주요국의 통화가 약세가 되면 이에 동조하는 원화 가치 하락도 커질 수 있다. 특히 다음 달 있을 FOMC에서 Fed가 예상보다 더 매파적인 스탠스를 보이면 외환 시장 동요도 퍼질 가능성이 높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럽과 일본에서 완화적 통화 정책을 펼치면 이에 동조하는 한국의 원화 가치도 더 떨어질 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환율 때문에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강달러 상황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