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결심할 만큼 사랑하던 두 사람이 서로 멀어지게 된 건 유산된 아기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어느 날 퇴근한 현우는 아기의 물건이 모두 버려지는 모습을 보게 되고, 죽은 아기를 쉽게 버리는 것 같은 아내 해인의 태도에 실망한다. 말 그대로 오만 정이 다 떨어져 버린 상황. 하지만 해인도 슬프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 슬픔을 대하는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우리는 이 2가지 방식을 번갈아 사용하며 슬픔에 대처한다. 아기의 물건을 모두 치워버린 해인이가, 초음파 사진은 끝까지 못 버린 것처럼, 1가지 방식으로만 슬픔을 대처하지 않는다. 하지만 타고난 성격과 현실적인 상황에 따라 주도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든, 상실의 상황에서는 모두 아프고 슬프다. 나와 다른 대처 방식을 사용한다고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부부라면 슬픔과 그 슬픔을 대처하는 방식을 솔직히 서로에게 말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최훈 한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