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변호사’ 위법일까…변협, 대륙아주 징계 가닥
두 번째는 ‘무료 법률상담’이라는 홍보문구가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이라는 점이다. 무료라는 표현은 “대형 로펌이 개인 변호사들이 2만~3만원에 하는 가벼운 법률상담 시장을 죽이는 것(김영훈 변협회장)”이란 취지다. 대륙아주는 이에 시연회 당일부터 ‘무료’ 표현을 삭제하고 공식명칭을 ‘법률 Q&A’로 수정했다. 끝으로 변협은 AI 대륙아주가 의뢰인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학습했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대륙아주는 “변호사들이 직접 만든 가상의 사례를 학습했다”고 반박 중이다.
이번 갈등은 향후 법조계의 AI 활용 수준을 결정할 표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변협이 가장 엄중히 보고 있는 부분이 ‘비변호사(AI)와 동업 금지 조항’이기 때문이다. AI가 변호사 고유의 업무 영역을 침범하는지가 본격적인 쟁점이 된 것이다. 대륙아주가 “AI 대륙아주는 인터넷 검색 수준의 기초적인 법률 Q&A를 제공할 뿐 고도의 법률 사무를 보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김영훈 변협회장 “공공재 우선” vs 리걸테크 “시장 우선”
그 사이 AI 리걸테크 시장은 확장기를 맞고 있다. 로앤굿, 인텔리콘 등 ‘선거법 AI’, ‘학교폭력법 AI’ 등을 개발한 국내 스타트업을 포함해 해외 기업들도 한국 진출을 시사한 상태다. 대륙아주처럼 일반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는 아니지만, 소속 변호사들의 편리를 위해 자체 AI를 개발 중인 로펌도 늘고 있다. 율촌은 변론 자료를 요청하면 법 조항과 판례 등을 제공하는 AI를, 세종은 의견서·소장 등 법률 문서를 분류하는 AI를 도입했다.
플랫폼→AI, 외부→내부로…신구(新舊) 직역 갈등 확대
네이버와는 1:1 전문가 상담 서비스 ‘네이버 지식iN 엑스퍼트’를 두고 갈등했다. 네이버가 5.5%의 결제수수료(현재 최저 1.65%로 인하)를 받는 행위는 “변호사를 불법 알선한 것과 같다”는 이유였다. 일부 변호사들이 2020년 네이버를 고발하면서 이 사건은 경찰과 검찰 사이에서 4년째 공회전 중이다. 현재 분당경찰서 무혐의→수원지검 성남지청 보완수사 요청→분당경찰서 재차 무혐의→성남지청 보완수사 재요청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경찰이 두 번째 보완수사 중이다.
그러나 신구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부부처 간에도 견해는 제각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변호사 시장에 기본적인 권한을 가진 곳은 변협이다 보니 법무부가 선제적으로 나서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법무부 산하 변호사제도개선특별위원회의 검토 범위에 AI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도 포함시킬지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법률 분야 AI 확산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AI 대륙아주 시연회에서도 “정부도 대륙아주의 AI 챗봇 등 민간의 노력과 함께 우리나라 법률시장을 성장시키겠다(엄열 과기부 인공지능정책관)”는 축사를 남긴 바 있다.
익명을 원한 IT 전문 변호사는 “그간 플랫폼에 멈춰있던 갈등 전선이 AI 변호사로도 확장됐다”며 “외부업계의 직역 침범이 아닌 동종업계 내 자발적 혁신도 표적이 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병준 고려대 리걸테크센터장은 “챗GPT의 부상 이후 법률 AI의 업무 영역이 단순한 정보 제공인지, 일정한 판단이 들어가는 변호사 업무인지가 쟁점이 됐다”며 “AI에 변호사법 위반 소지도 있는 만큼 결국 입법적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