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 지속 시사에…달러 당 160엔까지 급락
엔화 값 하락은 최근 들어 더 가파른 모양새다. 원래 달러 당 엔화 가치는 155엔대 중반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26일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고, 완화적 통화 정책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급락하기 시작했다. BOJ 금리 동결 직후 달러 당 엔화 값은 158엔까지 하락했다가, 이날에는 34년 만에 160엔 선까지 돌파했다. 이날 일본은 공휴일이지만 해외 시장에서 엔화는 정상적으로 거래됐다. 이 때문에 일본 자국 외환 시장이 열리면 엔화 약세가 지금보다는 진정될 가능성은 있다.
특히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26일 기자회견에서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에 지금까지는 엔화가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언급한게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을 불렀다고 보도했다. 이런 발언은 엔화 가치가 떨어져도 물가 상승 등에 영향이 없어,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될 수 있다.
강달러도 영향 “개입 없이는 떨어지는 칼날”
피오나 림 말라얀 뱅킹 수석 전략가는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Fed가 금리 인하를 위해선 더 기다려야 한다는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본 당국의) 개입 없이는 엔화 가치는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것처럼 위험할 것”이라면서 “확실히 달러 대비 엔화 값이 160엔 이하로 떨어질 모멘텀이 있고, 시장은 급격한 엔화 약세에 대한 일본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고 했다.
日 개입 효과 미지수 “근본 원인은 금리 차”
실제 일본 당국은 과도한 환율 변동 있다면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지난 2월 칸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엔화가 한 달 동안 10엔 가까이 약세를 보였는데 이런 급격한 움직임은 경제에 좋지 않다”면서 “필요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최근 달러 대비 엔화는 한 달 동안 약 8엔 정도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엔화 약세가 미국의 강한 물가 지표와 양국의 금리 격차에서 나오는 만큼,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자산운용사 티 로 프라이스(T.Rowe Price)의 빈센트 청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일본 당국이 엔화를 지원하기 위해 개입하더라도 근본 원인은 일본과 미국의 금리 격차이기 때문에, 엔화 하락이 잠시 쉬었다가 계속 평가 절하될 가능성도 높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보다 빨리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화 값이 계속 떨어질 경우 수입 물가가 올라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10월쯤으로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6~7월로 당겨질 수 있다는 예상도 한다. 다만, 1000조엔이 넘는 일본 국가 부채는 금리 인상에 부담이 되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