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2021년 인종차별적인 묘사를 담은 닥터 수스 책 6권의 판매 중단 결정이 발표되면서, 저자에 대한 도덕적인 평가가 논쟁의 대상이 됐다. 현재 도덕 기준에 따른 과거의 잘못으로 저명인사나 역사적 인물을 규탄하는 ‘철회 문화(cancel culture)’가 지난 몇 년간 강화된 영향이 컸다. 특히 아동도서의 경우 아직 자각적 비판 능력이 부족한 독자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시대적 도덕성에 따라가기 위해서는 그의 작품도 비판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술작품을 시대정신을 빌미로 일괄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예술은 시대의 표상이다. 그 포폄은 궁극적으로 독자가 내려야 한다. 피카소의 대작 게르니카 앞에 서서 사생활이 어지러운 화가의 도덕성을 떠올려야 하는 것일까. 오페라의 거장 바그너가 반유대주의자였다는 사실을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서곡을 들을 때마다 고려해야 하는 것일까.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