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유럽 매출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비스포크 AI 건조기’ 유럽 매출은 전년의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유럽 주요 시장인 이탈리아에선 지난해 전체 가전 시장(프리스탠딩‧빌트인)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탈리아 현지 소비자 브랜드 인지도 1위 자리도 지키고 있다.
한국 가전 업체가 유럽 시장에서 선방하는 데는 틈새를 노린 맞춤형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은 재건축에 엄격해 대부분 집이 낡고 좁다. 이 때문에 기존에는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는 제품을 선호했다. 예컨대 위 칸에 냉장고, 아래 칸에 냉동고가 있고 문이 한 개씩 달린 상하식 냉장고가 주력 제품이다. 지난 17일 이탈리아의 가전 유통매장인 미디어월드 체르토사점을 둘러보니 상하식 냉장고가 대부분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출에 제한이 생기면서 식재료를 넉넉히 보관하려는 성향이 생기자 한국업체들이 바로 틈새를 파고들었다. 삼성전자는 일반 가정집의 층고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냉장고 높이를 2m까지 높인 냉장고를 내놨다. 냉장고 폭을 기존 60㎝에서 75㎝로 넓힌 양문형 냉장고도 내놨다.
삼성전자는 최고 등급인 A보다 에너지 효율이 15% 좋은 절전형 제품을 내놨다. 지난 3일 선보인 와이드 BMF 냉장고는 기존 모델보다 전력 사용량을 55.9% 낮췄다. LG전자도 A등급보다 전력 사용량이 40% 적은 세탁기를 선뵀다.
석혜미 삼성전자 이탈리아법인 프로는 “A등급보다 에너지 효율이 좋은 ‘A 마이너스(-)’ 등급이라는 마케팅 전략이 먹혔다”며 “에너지 규격이 한 등급 올라갈 때마다 200유로(약 29만원) 정도 제품 가격이 비싸지지만, 전기료가 1년 새 5배씩 폭등하면서 비싸도 절전형 제품을 사는 게 되레 이득이라는 인식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쓰던 제품이 대물림 되는 보수성은 인공지능(AI)으로 공략하고 있다. 유럽은 결혼 등으로 가전을 장만할 때 할머니나 어머니에게 조언을 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밀레‧보쉬‧지멘스 같은 전통적인 가전의 입지가 굳건한 이유다. 한국업체들은 AI를 기반으로 한 기기 연결성을 앞세워 젊은 층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는 집 안에 있는 삼성전자 제품을 연결한다.
전지규 삼성전자 DA사업부 상무는 “유럽 빌트인 가전 시장에서 AI 기반의 편의성과 에너지 효율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매우 높다”며 “AI 기반의 스마트한 연결 경험과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