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 “행정소송 통해 대응”…배상윤 찾기는 안갯속
18일 KH그룹은 공정위의 510억원 규모 과징금 및 검찰 고발 조치에 대해 “의결서를 면밀히 검토해 이의신청 또는 행정소송을 통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H가 2021년 6월 특수목적법인(SPC)을 2개를 설립해 중복으로 입찰한 건 지방계약법 시행규칙에 근거가 있고, 불법 담합을 의도했다면 2개 SPC에 모두 ‘KH’라는 사명을 넣었을리 없다는 주장이다. 입찰에 참가한 두 SPC는 KH필룩스가 주축이 된 KH강원개발과 KH건설이 설립한 KH리츠다.
KH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만일 담합이라 하더라도 입찰 주체인 2개 SPC 외에 자금을 대여한 계열사들에게 모두 과징금을 부과한 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며 “계열사들 입장에선 알펜시아 인수를 위해 투자를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알펜시아 리조트 낙찰로 강원도 재정에 기여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5차에서 다시 유찰됐다면 리조트 낙찰가격(7115억원)이 더 내려갔을 것이고, 알펜시아 직원들의 고용도 승계했다는 것이다.
KH 측은 공정거래법 위반을 비롯해 배 회장이 연루된 일련의 혐의들에 대해서도 “대부분 조사를 마쳤고 더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어서 자진 귀국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H 측은 배 회장의 행방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지난해 9월 배 회장과 가까운 한 지인은 중앙일보에 “범죄인 인도 협력이 비교적 잘 이뤄지는 미국을 제외하고 해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바 있다.
최문순 소환도 9개월 전 마쳐…수원·남부도 수사중
문제는 배 회장의 장기 도피로 관련 사건 수사들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배 회장의 입찰담합 배후에 알펜시아 매각 주체인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개입했다고 보고 수사해왔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2022년 12월엔 KH그룹 계열사와 강원도청을 압수수색했고, 지난해 7월엔 최 전 지사에 대한 소환조사까지 마쳤다. 검찰은 담합의 형식적 위법성 외에 최 전 지사가 KH 측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고도 의심하고 있는 단계지만 배 회장을 직접 조사하지 않고서는 입증하기 어렵다고 한다.
배 회장은 수원지검 형사6부가 수사 중인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도 관련돼있다. 배 회장은 800만 달러 대북송금 주체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함께 2019년 1월 중국 선양에서 북한 인사들을 만나 롤렉스 시계를 선물하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부임 이후 아태평화교류협회에 17억원을 기부하는 등 대북 이권 사업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경제공동체’로 불린 김 회장과 금전 거래를 통해 대북송금 자금을 마련하도록 조력한 의혹도 있다. 이 외에 지난해 3월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및 승인 관련 호재성 정보를 시장에 풀어 조가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KH필룩스를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KH측의 입찰담합과 관련해선 공정위와 마찬가지로 법 위반 소지를 높게 보고 있다. “유찰방지를 위한 담합이라도 강원도가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는데 불법 낙찰로 잠재적 경쟁들이 후속 매각절차에서 경쟁할 기회를 제한하면서 이 같은 여지가 없어졌고, 중복 입찰 자체도 불법”이라는 취지다. 공정위에 따르면 낙찰 가격을 써내는 투찰 당일인 2021년 6월 ‘들러리 입찰’을 한 KH리츠는 6800억10만원을 먼저 투찰한 뒤 결과를 KH강원개발 측에 텔레그램으로 공유했고, 강원개발은 6800억7000만원을 써내 최종 낙찰했다.
검찰은 또 배 회장의 해외도피를 돕고 억대의 도박자금을 송금한 혐의로 KH그룹 총괄부회장 우모(54)씨와 수행팀장 이모(31)씨를 지난해 6월 구속기소했다. 우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년3개월을, 이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