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총액 5조원 넘어 ‘공식 대기업’
대기업집단은 동일인(총수)은 물론, 그 특수관계인(친족 및 임원)의 주식 보유 현황에 대해서도 공시해야 한다. 2022년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총수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 그 자녀까지도 특수관계인에 포함된다. 파라다이스의 친족 현황 등이 드러나면 ‘제2의 전청조’ 사태도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카지노 사업으로 규모를 키운 파라다이스는 이전까지 총수 일가의 대외 노출이 적고,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아 전청조·전준주(왕진진) 등 사기꾼의 주된 사칭 대상으로 이용돼왔다.
현대해상·영원무역·대명소노 포함
하이브는 엔터회사로는 첫 번째 대기업집단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하이브는 플레디스, 쏘스뮤직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인수하는 등 규모를 키워오면서 최근 사업보고서 기준 자산 규모가 5조3457억원으로 늘었다. 지정이 이뤄지면 K-팝 산업의 글로벌 성장에 힘입어 엔터회사가 대기업으로 공식 인정받는 셈이다.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던 현대해상의 경우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으로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자산총액이 8조원대로 대폭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올해 기업집단 순위에서 보험 회사의 순위가 전반적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리조트‧레저 사업이 주력인 대명소노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회복하면서 자산이 늘었다는 풀이가 나온다.
‘5조 기준’ 15년 동일…규제 대상만 늘어
실제 대기업집단 지정 첫해였던 1987년엔 지정 회사가 32곳에 불과했다. 2009년 지정 기준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확정됐을 때만 해도 해당하는 대기업집단은 48곳이었다. 경제 규모는 성장하는데 기준은 15년간 그대로다보니 지난해 대기업집단은 82곳까지 늘었다. 올해는 이보다 늘어 90여곳에 육박할 예정이다.
대기업집단 규제 대상이 무한정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 잇따르자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국내총생산(GDP)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데다 여소야대 지형으로 인해 규제 완화에 해당하는 GDP 연동 대기업집단 기준 상향은 법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내·외국인 구분 없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총수 지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규제심사에 막혀 있다. 현재 쿠팡의 총수는 쿠팡 법인으로, 미국 국적의 김범석 의장은 대기업집단 규제의 처벌 대상에서 빠져있다.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올해도 나올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규제심사를 빨리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