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는 18일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아스널(잉글랜드)과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 바이에른 뮌헨이 1-0으로 앞서가던 후반 31분 교체 투입됐다.
팀 동료 누사이르 마지라위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은 그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18분 가량(추가시간 포함) 뛰면서 뮌헨의 한 골 차 승리를 지켜냈다. 뮌헨은 1차전 전적(2-2무)을 묶어 합산 스코어 3-2로 앞서며 4강에 올랐다.
뛴 시간은 짧았지만, 김민재는 ‘포지션 파괴’로 주목받았다. 본업인 중앙 수비수 대신 이날은 왼쪽 측면 수비수 역할을 맡았다. 김민재가 레프트백으로 경기에 나선 건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김민재는 프로 데뷔 이후 총 234경기를 뛰었는데, 센터백으로만 232경기를 소화했다. K리그 전북 소속이던 지난 2017년 제주전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뛴 게 유일한 ‘외도’였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김민재는 아스널 측면 공격수 부카요 사카의 돌파를 적절히 저지하면서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패스 성공률 73%(15회 중 11회 성공), 걷어내기 1회, 가로채기 1회, 수비 기여 4회 등 준수한 기록을 남기면서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른 역대 5번째 한국인 선수가 됐다.
이강인과 김민재에 앞서 챔피언스리그 4강 무대를 밟은 한국 선수는 박지성과 이영표(이상 은퇴)·손흥민(토트넘) 등 세 명뿐이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2004~05시즌 에인트호번(네덜란드)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4강행을 합작했다. 서로 다른 팀에서 뛰는 두 명의 한국 선수가 나란히 4강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민재와 이강인의 당면 목표는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다. 그 다음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지난 2008년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두 선수가 또 한 번 새 역사를 쓰려면 각각 고비를 넘어야 한다. 김민재의 소속팀 뮌헨은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14회)에 빛나는 명문 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4강에서 만난다. 레알 마드리드는 프리미어리그 최강 팀 맨체스터시티와 1, 2차전 합산 스코어 4-4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두고 극적으로 4강에 올랐다.
이강인이 몸담은 PSG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를 제압한 독일 명문 도르트문트와 맞대결한다. 뮌헨과 PSG가 모두 승리하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두 선수는 창(이강인)과 방패(김민재)로 만나게 된다.
김민재와 이강인은 각각 팀에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선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을 옮긴 뒤 붙박이 주전으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출전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남은 기간 절치부심해 일정 수준 이상의 출전 시간을 확보해야 명실상부한 ‘우승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