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하락에 이상 기후가 겹치며 수입산 원재료에 의존하는 식품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가뭄과 이상 고온으로 작황이 부진했던 카카오, 커피, 설탕 등의 가격이 고환율로 급등하고 있어서다. 기업들은 원재료 수입 가격을 따지며 가격 인상 카드를 내밀고 있다.
롯데웰푸드, 초콜릿류 가격 인상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기상 이변에 카카오 병해가 겹쳐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생산량이 급감했다”며 “중국의 초콜릿 소비량이 증가하는 등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반면 코코아 재배량은 지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코코아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코코아 선물가격은 올해 초 47년 만에 종전 최고치(톤당 4663달러)를 경신한 이후 연일 상승세다. 15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코코아 선물가격은 톤당 1만55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서부 열대 해상의 수온이 예년보다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며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나, 코트디부아르는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국내 최대 초콜릿 사업자인 롯데웰푸드가 제품 가격을 올리며 오리온, 해태제과 등도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 환율 영향으로 가뜩이나 비싼 코코아 매입 비용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1400원대 안팎을 오르내리며 2022년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는 인상 계획이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 원재료 가격 ‘고공행진’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미국 달러화에 관련된 환율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다”라며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10% 하락할 경우 세후 이익이 181억5000만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통상 원·달러 환율 기준을 1300원대 중반으로 놓고 사업계획을 세웠다”며“현재 환율 상승을 감안해 매출 목표를 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乳)업계 관계자도 “가정 등에서 많이 소비하는 슬라이스 치즈는 블록 치즈 원료를 수입해 생산한다”며 “환율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플레이션’도 가세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주요 커피 생산국도 가뭄으로 생산량에 타격을 입었다. 인스턴트 커피에 많이 들어가는 로부스타의 경우 올 들어 가격이 전년 대비 60% 넘게 뛰었고 아라비카 커피 선물가격도 지난 2022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연간 1조5000억원어치 커피를 수입하고 있는 한국도 이 여파를 피해가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