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총리-양정철 실장’ 설에 정치권 술렁
대야 채널 가동해 협치의 시스템부터 만들어야
대통령실이 공식 부인하긴 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전언에 따르면 일부 대통령실 인사는 해당 보도를 시인했다고 하니 전혀 근거 없는 얘긴 아니었던 것 같다. 대통령실이 협치 총리로 야당 출신 인사를 고려하는 것 자체야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꽉 막힌 여소야대 정국을 풀기 위해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아이디어다. 그러나 모든 일엔 수순이 중요하다. 일의 선후가 뒤바뀌면 훌륭한 정책도 결국 패착이 되고 만다.
여권이 협치를 할 상대는 더불어민주당이다. 그렇다면 협치 총리 인선은 당연히 민주당과 먼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민주당은 ‘박 총리-양 실장’ 보도에 대해 뜬금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일각에선 야당 분열 공작이란 의심도 나왔다. 사전에 민주당과 아무 소통이 없었다는 얘기다. 협치 총리는 언론 플레이를 통해 ‘간 보기’를 할 사안이 아니다. 우선 대통령실·국민의힘이 민주당과 공식 대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뒤 각자의 요구들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어디까지 서로 수용이 가능한지 허심탄회하게 따져보는 게 먼저다. 필요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회담도 열어야 한다. 오랜 대화 끝에 어느 수준까지 협치를 할 수 있는지 시스템의 윤곽이 그려지면, 그때 이를 추진하기 최적일 협치 총리의 인선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 지금처럼 대통령실이 일방적으로 인선부터 서두르면 야당은 반발하기 마련이다.
협치 총리를 발탁하려면 여야의 지지층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범위의 인사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박 총리-양 실장’ 보도 직후 보수층에선 강력히 반발하는 기류다. 친윤계 핵심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조차 “당의 정체성을 전면 부정하는 인사는 검토조차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박 전 의원이나 양 전 원장 모두 윤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지만 개인적 관계와 정치적 관계를 혼동해선 안 된다. 윤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는 협치 총리를 찾는다면 대상자의 풀을 크게 넓히고 다양한 조언과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한다.
‘박 총리-양 실장’ 카드가 언론에 흘러나온 배경도 수상쩍다. 대통령실 공조직은 전부 금시초문이란 반응이어서 비선 라인이 가동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중대 사안이 어떻게 주요 참모들을 건너뛰고 보도됐는지 철저한 내부 점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