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반등 韓이 美보다 크지만…근원은 낮아
품목별 물가에서도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한국에서 물가 상승세(전년 동월 대비)가 5% 넘게 유지된 품목은 농산물(21.1%)·도시가스(6.4%)·석유제품(5.7%)이었다. 농산물과 도시가스는 에너지와 식료품에 해당하고, 석유제품은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받는 품목이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은 교통(10.7%)‧집세(5.7%)‧수도(5.3%) 등 서비스 품목의 물가 상승세가 5%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처방, 한국은 답 아닐 수 있어
반면 금리 영향을 받는 서비스 물가는 미국의 오름세가 더 컸다. 한은은 최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견조한 경기상황 및 더딘 집세 둔화, 높은 임금 압력 지속 등으로 서비스 물가 흐름이 경직적인(sticky) 모습”이라며 “반면 한국은 노동 시장의 물가 압력이 미국에 비해 약한 데다 최근 소비 부진도 근원 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물가를 잡기 위해 시작한 고금리 처방도 한국과 미국이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금리 영향을 받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물가 반등을 하고 있는 만큼, 고금리를 당분간 더 이어가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높은 물가 상승률의 배경 중 하나인 주거비도 한국보다 금리 영향을 상대적으로 늦게 받는 편이다. 미국은 한국보다 주택 관련 대출에서 고정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를 올린다고 즉각적으로 주거비 부담으로 연결되지 않아서다.
하지만 한국은 금리 영향이 덜한 에너지와 식료품에서 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진 만큼, 적어도 물가 때문에 높은 금리를 고수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기후변화 영향에 사과 가격이 높은데, 이것을 금리로 잡을 수 있는 문제만은 아니다”고 토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미국 고금리 따르다 경기 침체 우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이미 근원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힌 상황이기 때문에 물가 때문에 금리를 못 내릴 이유는 없다고 본다”면서 “원화 가치 하락 문제도 고려는 해야 하지만, 너무 늦은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 등을 유발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