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17일 식량 안보 관련 행보로 서울 동작구 상도역 역사에 있는 '메트로팜'을 방문해 동행한 중앙일보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북한 정권은 러시아에 무기를 팔아 번 돈으로 주민들을 배불리 먹이기는 커녕 또 다른 대량 살상 무기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한국형 스마트팜, 식량 위기에 기회"
그는 스마트팜에서 수확한 딸기를 주한 미국 대사관 직원들에게도 하나하나 권하며 담소를 나눴다. 또 "이런 방식의 작물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고 듣긴 했지만, 직접 경험한 건 처음"이라며 "기후 위기로 인해 극심한 식량난을 겪는 아프리카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통 받는 세계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토마스-그린필드 대사의 3박 4일 방한 기간 중 마지막 일정이었다. 국내 언론 중에서는 중앙일보가 유일하게 현장을 취재했다. 2021년 1월 부임한 그가 방한한 것은 처음이고, 주유엔 미국 대사의 방한은 약 8년 만이다.
그가 마지막 방한 일정으로 스마트팜을 택한 것은 평소 식량 안보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것과 무관치 않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유엔 안보리에서 의장국을 수임할 때마다 식량 안보를 주요 아젠다로 강조해왔다. 지난해 12월엔 아프리카 나미비아를 찾아 "식량 안보는 국가 안보"라며 "내 아버지는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자녀들이 배고픈 채로 잠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부모 아사한 탈북민도 만나"
그는 전날 간담회에서 만난 젊은 탈북민들과 나눈 이야기를 전하며 "아버지가 북한에서 굶어 죽었다고 털어놓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탈북 여성은 소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소고기를 먹는 것도 두려웠다고 한다"며 "감자만 먹다 보니 감자는 더는 먹기 싫다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탈북민의 목소리를 널리 알려야 하며,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욱 외부로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올해부터 2년 동안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는 것과 관련해 "한·미가 안보리에서 식량 안보 이슈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민간이 추동할 수 있다"며 "서울의 메트로팜처럼 민관이 협력해야 식량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제재 이행이 관건"
다만 전문가 패널의 부재 속에 제재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이미 강력한 제재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준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러, 대체 메커니즘 협조 안할 것"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3명의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한·미·일이 유엔 외부의 다국적 전문가 패널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새 패널은 한·미·일이 운영하며 호주, 뉴질랜드, 일부 유럽 국가 등 유 사입장국이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본으로 이동해 오는 20일까지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과 만나고, 2차 대전 당시 피폭지 중 한 곳인 나가사키를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