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후 첫 발언 지엽적 문제에 천착
본인의 일방통행 스타일·태도를 성찰할 때
윤 대통령은 민심이 정권을 떠난 이유와 관련,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런 건 지엽적인 얘기일 뿐이다. 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의 쓰나미가 여당을 덮친 것은 누가 뭐래도 윤 대통령 본인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이 결정적 요인이다. 총선의 분수령이 된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 파동에서 출국금지 상태였던 이 전 대사를 무리하게 출국시켜 민심을 자극한 장본인이 누구인가.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준석 전 대표 축출, 김기현 대표 내려꽂기, 문답의 기자회견 기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등에서 시종일관 밀어붙이는 모습만 보여줘 대선 때 자신을 지지했던 중도층을 등돌리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정책보다는 정치가, 스타일과 태도가 문제였다. 윤 대통령의 어제 발언엔 이런 부분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꾸지 않으면 남은 3년 임기가 매우 불행해진다는 게 이번 총선의 민의라는 점을 윤 대통령이 스스로 깨닫기 바란다. 그나마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윤 대통령이 “저부터 잘못했고 저부터 소통을 더 많이 해나가겠다”고 말했다니 국정 운영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아직은 두고 볼 일이다.
거대 야당에 대한 메시지가 빠진 것도 아쉽다. 윤 대통령이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는 했지만, 총선 참패 후 첫 공개 발언이란 점을 감안할 때 보다 분명하고 전향적인 협치 메시지가 나왔어야 했다. 22대 국회에선 여야 협치 없이는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 새 총리 임명도 야당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모두가 다 열려 있다”고 밝혔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적어도 22대 국회 개원 전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나 의료계 파업을 비롯한 여러 현안을 두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국민을 위한 정치를 얼마나 잘할 것이냐가 국민들로부터 회초리를 맞으면서 생각해야 하는 점”이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젠 레토릭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회초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면 윤 대통령부터 행동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