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2차 숙의토론회 모습. 갈등해결&평화센터 박수선 대표(오른쪽 마이크 든 이)가 전문가 4명을 소개하고 있다. KBS 유튜브 캡처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두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 500인이 1, 2차 토론을 끝냈다. 20, 21일 두 차례 더 이어진다. 시민대표단을 설문 조사해 22일 결과를 발표한다. 이를 참고해 연금특위가 법률 개정안을 만들어 내달 29일(21대 국회 회기 종료일)까지 통과시키면 개혁이 일단락된다. 시민대표단은 두 개 안을 두고 토론한다. 1안은 '보험료 13%-소득대체율 50%', 2안은 '보험료 12%-소득대체율 40%'이다. 지금은 보험료 9%,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 42%이다. 대체율은 매년 0.5%p 내려가고 있으며 2028년 40%에서 멈춘다. 1안은 더 내고 더 받자는 것이고, 2안은 더 내고 지금처럼 받는 것이다.
고령화의 충격이 큰 분야가 국민연금과 보건의료이다. 연금은 먹고 사는 문제이고, 의료는 건강 문제이다. 그런데 그동안 눈앞에 닥친 것에 관심을 뒀지 잘 보이지 않는 미래는 뒷전이었다. 국민연금은 26년째 보험료를 9%로 묶어놨다. 의대정원은 27년 만에 늘리려니 사달이 났다. 국민연금은 2007년 개혁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매일 800억원의 연금폭탄이 쌓인다"고 호소했다. 당시 소득대체율만 60%에서 40%로 낮췄고, 보험료는 반발이 심해 손대지 못했다. 그래도 큰 진전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매달리느라 국민연금은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보건복지부의 개혁안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안 맞다"고 퇴짜를 놓고는 소위 '사지선다' 안을 냈다.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자는데
대체율 올리면 재정 크게 악화
연금액 상승은 그리 크지 않아
"보험료 인상 후 추가 개혁을"
윤석열 정부가 시동을 걸었지만 지난해 10월 백지 답안을 내고 멈췄다. 누가 봐도 4·10 총선을 앞둔 정치적 결정이었다. 백지 답안이 패배를 불렀는지, 더 큰 패배를 막았는지 모를 일이다. 공론화 방식으로 연금개혁이 굴러가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을 할 때 보험료를 내 일부는 고령세대를 돕고, 일부는 쌓아뒀다가 본인 노후에 쓴다. 저출산·고령화에다 경제성장이 위축되니까 보험료를 더 내든지,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깎든지 선택해야 한다. 안 그러면 1000조원의 적립금이 2055년 고갈된다. 소득의 34%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현세대가 보험료를 더 부담하는 길밖에 없다. 14일 2차 토론에 참여한 한 시민대표는 "지금의 세대가 모든 부담을 공통으로 나눠야 한다는 선배 세대의 어떤 의무감 같은 걸 (느낀다)"고 말했다. 다행히 1, 2안 모두 보험료를 13%, 12%로 올리는 안이다. 소위 '마의 9% 벽'을 깰 수 있다. 그런데 1안은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내용도 담고 있다. 2007년 노무현 정부의 연금개혁을 되돌리는 안이다. 국민연금의 소득 보장 기능이 약하니 높이자는 주장이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는 2차 공론화 토론에서 "2030세대가 26년 국민연금에 가입한다고 가정하면 나중에 약 66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노후 최소 생활비(124만원)의 절반 정도이다. 이걸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고 가입기간도 조금 더 늘려 95만원을 받고, 기초연금을 조금 더 얹어서 노후 최소생활비를 확보하자"고 말했다. 남 교수는 "2030세대가 월 60,70만원 받는 노인이 되느냐, 아니면 100만원 정도 받는 노인이 되느냐 어느 쪽이 자식세대에 짐이 덜 되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허약한 건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1인당 노령연금(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 평균액은 월 62만원이다. 1인 가구 생계급여 상한액(62만여원)과 비슷하다. 연금을 늘리려 1안처럼 소득대체율을 올릴 수는 있다. 그러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1안대로 하면 기금 고갈을 2060년으로 늦추되 그 후 지출이 급격히 늘어난다. 소득대체율 인상효과가 30~40년 후 나타나기 때문이다. 2093년이면 연금 적자가 702조 4000억원 더 늘어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소득의 43%를 보험료로 내야 그해 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말이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기금 소진 시기를 몇 년 연장하는 대가 치고는 미래세대가 짊어질 비용이 너무 커진다"고 말한다. 또 1안을 시행할 경우 대체율 인상 효과가 고소득층에 더 집중된다. 지역가입자 평균소득(100만원, 25년 가입 가정) 근로자는 연금액이 월 12만5000원 늘지만, 600만원인 사람은 28만1000원 는다.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오건호)
2안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현행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려면 보험료가 20%로 올라야 한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는 15%로 올리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12%로 올리면 기금 고갈 시기를 2062년으로 늦추고 2093년 누적적자를 1970조원 줄일 수 있다. 이번에 이 정도 고치고 모자라는 부분은 다음 개혁으로 넘기면 된다. 그러면 노인 빈곤은 어떻게 하나. 오 위원장은 "국민연금만으로 다 보장하기 힘드니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으로 시야를 넓히면 된다. 중하위 계층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으로, 중상위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보장하자"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